어린이 신장별 13%가 B형간염서 "연유"|서울대 의대·인제대 의대 임상연구서 밝혀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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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B형간염 바이러스가 신장병을 일으키는 사례가 속속 보고되고 C형(비A 비B형)간염의 국내 항체양성률이 확인됨에 따라 간염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해지고 있다.
특히 신장병 어린이들 중 10∼13%가 B형간염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콩팥의 사구체기능이 약화돼 사구체 신염을 일으키거나 막성신병증에 걸리는 것으로 나타나 B형간염 예방 접종의 중요성을 시사해주고 있다.
이처럼 B형간염 바이러스와 관련된 신장병은 지난 71년 미국에서 수혈을 받고 간염에 걸린 53세의 남자환자가 간염을 앓고 난지 16개월 뒤에 신증후군을 나타냄에 따라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서울대의대 고광욱교수(소아과)는 『B형간염이 일으키는 신증후군은 5∼6세의 어린이들에게 가장 많이 발생한다』고 밝히고 『신생아에 대해 꼭 예방접종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인제대의대 김상우교수(소아과)팀의 임상연구에 따르면 신장병(사구체신염) 어린이환자 45명중 20%가 B형간염 바이러스 표면항원검사에서 양성을 나타냈다. 특히 이들 중 13%(6명)는 B형간염 바이러스로 인한 사구체신염 환자인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
이에 앞서 지난해까지 서울대의대 고교수팀이 6백22명의 신장병환자에 대한 조직검사를 한 결과 10%가 역시 B형간염 때문에 신장병에 걸린 것으로 분석됐었다.
이런 종류의 신장병은 치료를 잘 받으면 신장기능이 엉망이 되는 단계인 신부전으로까지 악화되는 경우는 별로 없으나 바이러스 핵의 내부구성 성분이 나타내는 항원(e항원)이 핏속에 계속 존재할 경우엔 사구처신염이 악화될 것이 우려된다.
이처럼 B형간염 바이러스가 신장병까지 일으키는 사례가 많아짐에 따라 국내외 의학자들은 오는 7월22∼24일 경주에서「바이러스와 관련된 신장질환」에 대한 국제학술심포지엄을 개최할 예정.
한편 우리 국민 중 0.9%정도가 A형도 B형도 아닌 C형간염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최근서울대 의대 임상병리과 한규섭교수팀과 적십자중앙혈액원의 공동연구(샘플조사)에서 밝혀졌다.
연구팀은 금년에 헌혈한 일반인 4백52명의 혈액을 분석한 결과, 5명이 C형간염 항체양성자(바이러스 보균자)로 밝혀졌다고 발표했다.
C형간염은 B형간염의 약 10%가 만성화되는데 비하면 만성화되는 비율이 크게 낮지만 A형보다는 만성적으로 환자를 괴롭히나 간경변으로까지 진행되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다.
C형간염은 지난 88년초까지 진단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으나 미국카이론사 연구팀이 혈청 검사법을 개발해냈다.
한 교수는 『C형간염의 경우 수혈에 의해 감염될 위험이 B형보다는 훨씬 낮으나 안심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즉 C형간염은 간 전이효소(GDT)와 깊은 관계가 있어 이 효소 값이 60이상이면 감염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헌혈된 혈액 중 이 같은 것을 가려 폐기처분하나 효소값이 60이하인 경우에도 감염될 위험성을 다소 안고 있다는 것.
한편 우리 국민 중에는 4백만명 이상이 간염 바이러스의 보유자이며 약 30만명이 발병, 간염 증세에 시달리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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