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에서 찾은 과학적 오류 모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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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없었다면 세상이 얼마나 재미없었을까?

스크린 속에서의 주인공들은 4차원의 세계로 이동하고. 날아오는 건물을 너끈히 받아 올리기도 한다. 감독은 이런 때 관객이 그 상황에 공감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과학적 장치들을 빌려 온다. 문제는 가끔 이런 장치들이 틀린다는 것이다. 영화적으로 용납 가능하지만 과학적으로는 불가능한 사례들을 모아보았다.

-흡혈형사 나도열

●과연 드라큘라 백작은 지구 어딘가에 지금 우리와 함께 살고 있을까? 우리 역시 나도열처럼 흡혈귀가 될 수 있는 걸까?

호주의 과학자들이 밝힌 바에 따르면. 뱀파이어는 현재까지 살아남을 수가 없었다. 왜? 뱀파이어가 한 달에 딱 한번. 인간사냥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1600년 1월 1일에 뱀파이어 한 마리가 나타났다고 치자.

1600년 지구 인구는 어림잡아 5억 3000만 명. 1600년 2월 1일 배고픈 뱀파이어가 다시 사람 사냥에 나서면 뱀파이어는 2명으로 늘고 인류는 1명 줄어든다. 3월에는 2명의 뱀파이어가 각기 1명의 인간을 사냥하므로 인류 숫자는 또다시 줄고 뱀파이어 수는 4명이 된다.

매달 뱀파이어 숫자는 두 배로 늘어나므로 n달이 지났다면 뱀파이어 개체 수는 2를 n번 제곱한 것과 같다. 결국 뱀파이어 1명이 생존해서 2년 6개월이 지나면 인류는 하나도 남지 않게 된다(2의 30 제곱은 10억이 넘는다). 나도열처럼 우리 역시 흡혈귀가 될지 모른다는 걱정은 붙들어 매도 좋을 듯하다.

-다빈치 코드

● 천재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만들었다는 비밀금고. 크립텍스는 무엇일까?

<다빈치 코드>에서 정답인 글자를 맞추면 크립텍스는 저절로 열리지만. 틀렸을 경우에는 안에 있는 산 물질로 숨겨진 비밀문서를 없애버린다.

하지만 크립텍스는 다빈치가 아니라 이 작품의 원작소설 작가인 댄 브라운이 만들어 낸 상상의 산물에 불과하다. 그는 cryptology(암호학)와 codex(서적의 원시 형태) 두 단어를 조합하여 크립텍스(cryptex)라는 명칭을 만들어 냈으며. 이것은 2003년에 나온 소설 <다빈치 코드>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등장했다. 천신만고 끝에 크립텍스의 암호를 맞춘 랭던이 이 사실을 알면 꽤나 허탈해할 듯하다.

-수퍼맨 리턴즈

●수퍼맨이 지구 파괴자라고?

<수퍼맨 리턴즈> 속에서 발견되는 과학적 오류들은 너무 많아 지면상 전부 언급하기 힘들다. 영화 속에서 수퍼맨은 빌딩에서 떨어지는 사람을 너끈히 받아내고는 하는데. 이 때 그 사람은 전혀 다치지 않는다.

빠르게 운동하는 물체였기에 수퍼맨에게 안긴 사람은 굉장한 충격을 받게 돼 다치는 것이 정상이다. 수퍼맨의 몸이 충격을 흡수하는 스폰지로 만들어지지 않은 이상에는 말이다.

의외로 과학자들은 수퍼맨이 날 수 있다는 부분을 문제 삼지 않는다. 외계 출신으로 수퍼맨이 설정된 만큼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이다.

단 수퍼맨이 나는 장면에서 주변 환경에 전혀 변화를 주지 않는 것은 문제다 조금만 과학적인 부분에 신경을 썼다면. 수퍼맨이 날 때마다 주변 건물이 공기와의 마찰로 인해 파괴되도록 설정했을지도 모르겠다.

-괴물

●실제 미군은 2000년에 독극물을 한강에 버렸다. 혹 한강에 진짜 괴물이 있진 않을까?

영화 속에서 괴물은 포름알데히드라는 약품에 의해 유전자 변형이 일어난 생물로 묘사된다. 포름알데히드는 인간에게 투입되면 실명하거나 죽을 수도 있는 치명적인 독극물. 어류가 포름알데히드와 접촉하면 그 독성에 바로 죽는 것이 정상이다.

소량이라도 괴물처럼 거대한 괴물로 변하는 일은 결코 일어날 수 없다. 색깔이 변한다거나 아가미가 기형적으로 하나 더 생긴다거나. 없어진다거나 하는 일은 있을 수 있지만 몸이 커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영화 속 괴물은 거대한 몸집에도 불구. 인간들을 공격할 때는 놀라운 속도로 움직인다. 돌연변이기 때문일까? 과학자들은 돌연변이의 경우. 대개는 열등한 상태로 태어나기 때문에 어패류가 혹 돌연변이가 됐다한들. 괴물과 같이 민첩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지적한다.

또 과학자들은 괴물과 같은 몸집의 생물체는 실제로는 존재하다해도 엄청난 위 크기를 채울 먹이를 잡아먹을 수 없어 곧 죽을 것이라고도 덧붙인다.

-청연

●항공전문가들은 <청연>을 보면 웃는다. 도대체 왜?

<청연>의 하이라이트 장면 중 하나였던 항공기 추격 신을 기억하는지. 기베(유민)의 제안으로 박경원은 위험천만한 경기를 벌인다. 두 사람이 바짝 붙어 비행하는 부분은 관객에게 짜릿한 스릴감을 전달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 '후류' 현상을 무시한 채 연출된 상황이다.

비행기가 앞으로 나아가면 필연적으로 생기는 것이 바로 후류(後流)다. 엔진과 프로펠러가 만들어낸 공기 흐름을 지칭하는 후류는 매우 강하고 불안정한 공기흐름인데.

이 후류 바로 뒤에 다른 항공기가 있다면 그 항공기는 더 이상 안정적인 양력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또한 추력도 만들어 내지 못한다. 후류는 비행기가 사라진 뒤에도 상당시간 대기권에 존재한다. 때문에 항공기들은 이 후류를 피해. 항공기 직후방을 피해 다닌다.

그런데 <청연>에서는 이를 무시하고. 두 비행기가 붙어서(!) 경주를 하니. 파일럿들이 보면 정말이지 무식한 연출이 아닐 수 없겠다.

글 김지현 기자 [pikachu422@moviewee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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