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1조원대의 「돈바람」과소비­투기 「맞바람」(주말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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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유흥업소 흥청… 복덕방 문전성시/농민 보상금 평균 2억원/은행선 논ㆍ밭다니며 선물 공세/주변땅값 올라 대토못해 울상
일산신도시건설 예정지인 경기도 고양군 일산읍ㆍ송포면 일부가 일시에 풀린 보상비로 「돈바람」이 거세게 불어 금융기관들의 치열한 예금유치,과소비,향락,부동산 투기,도박등 이상열기에 휩싸이고 있다.
한국토지개발공사 일산신도시직할사업단은 7월 개발착수를 앞두고 지난달 11일부터 5천여명의 대상주민을 상대로 토지ㆍ건물분 7천5백억원과 이전비등 모두 1조원 가까운 거액의 보상비 지급업무를 개시했다.
이보상비 지급은 6월11일까지 두달간 계속되며 19일 현재 지급총액은 4천억원을 넘어섰다.
주민들 가운데는 양계장을 하면서 돈이 생기면 땅을 사두었다가 40억원을 받은 조성무씨(송포면 대화리)등을 비롯한 수십명이 10억원이상을,논 10마지기를 가진 농민들이 평균 2억원정도씩 받았다.
이때문에 일산읍일대에는 요즘 동네강아지도 『억억』하고 짖는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한꺼번에 쏟아진 돈은 인구 1만3천3백명,면적 4백76만평의 전형적인 농촌마을을 송두리째 변모시키고 있다.
그러나 뚜렷한 전업대책이 없는 가운데 1인당 수억원에서 최고 1백억원 이상의 현금을 한몫에 거머쥔 주민들은 너도나도 재투자등에 열을 올리고 있어 이지역 69개 복덕방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대부분이 농민과 소규모상인들인 이들은 인근 원당ㆍ파주를 비롯,경기도전역과 서울일부지역의 농지ㆍ상가ㆍ건물등을 대대적으로 사들여 투기붐까지 일으키고 있다.
일산읍 S부동산주인 김모씨(45)는 『개발지역 번화가에 인접한 상가는 평당 1천만원,농지는 2백만원을 호가하고 있으며 매물이 나오기가 무섭게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일산읍 백석리 이모씨(43ㆍ농업)는 『논 4천평을 평당 8만∼9만원씩에 모두 3억5천만원의 보상금을 받았다』며 『다른 지역에 가면 3배넓이의 땅을 살수 있지만 고향을 떠나기 싫어 일산부근 농지를 알아보고 있으나 가격이 엄청나게 폭등해 사지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국내 금융기관 대부분이 이지역에 뛰어들어 현금흡수경쟁을 벌이고 있어 「신도시 특수」의 위력을 실감케 하고있다.
경기ㆍ외환ㆍ조흥은행이 최근 점포를 신설했고 제일은행이 6월에 개설할 예정이며 한일ㆍ한국투신,동양ㆍ태평양증권이 임시상담실을 설치했고 그밖의 모든 시중은행과 투금ㆍ투신ㆍ증권회사들이 4∼5명씩의 직원을 상주시켜 모내기하는 논과 각 가정을 찾아다니며 선물공세를 펼치는등 치열한 고객유치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투금사들은 서울의 기업체와 현지주민들을 직접 연결시켜 주민들이 원하는만큼의 고리로 사채를 중개하고 커미션을 받는가 하면 15∼17%의 고금리보장ㆍ선이자지급등으로 고객을 유치,재미를 보고있다.
일산읍 한일투자신탁 임시상담실 김성찬차장(38)은 『지난달 1일부터 서초지점 직원 5명이 나와 1백억원 유치를 목표로 영업활동을 하고있으나 80%이상의 자금이 부동산으로 흘러들어가고 있어 기대에는 조금 못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일부주민들의 과소비에 편승해 스탠드바 5개,룸살롱 10개,여관ㆍ여인숙 28개,일반주점 47개,성인용 빠찐꼬장 2개등 1백여개의 유흥ㆍ숙박ㆍ오락업소가 성업중이어서 주민들의 향락ㆍ과소비를 부추기고 있다.
이밖에 자동차 구입붐이 일어나 기아산업이 지난달 19일 대리점을 개설한 것을 신호로 현대ㆍ대우등 자동차회사의 판촉활동이 치열하다.
주민 이모씨(39ㆍ농업)는 『일부 주민들의 경우 과시를 위해 고급승용차를 굴리고 서울의 고급 식당과 강남룸살롱등에서 하루 30만∼40만원씩 쓰고 오는것쯤은 대수롭지않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주민들 사이에 밤낮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도박판이 성행,지난달 22일에는 김호진씨(47ㆍ상업)등 4명이 3백80만원의 판돈을 놓고 60여차례에 걸쳐 고스톱을 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다.
고양경찰서는 최근 일산읍 일대의 사기ㆍ폭력ㆍ도박사건등 범죄 급증에 대비,형사계직원을 16명에서 30명으로 늘려 매일 파견하고있다.【일산=이하경ㆍ남정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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