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核 6자회담 지속추진 지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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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대통령 등 21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원국 정상들은 21일 태국 방콕 아나타 사마콤 궁에서 '미래를 위한 파트너십에 관한 방콕 선언'이라는 정상회의 선언문(Leaders' Declaration)을 채택하고 이틀간의 정상회의를 끝마쳤다.

정상들은 이날 폐막 직전 '의장 요약문'을 발표, "북한에 의해 야기된 안보에 대한 우려 등 모든 역내 안보 문제가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선언했다. 요약문은 또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의 유지를 바라고 6자회담의 지속 추진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북핵 특별성명=이날 APEC 정상회담 막후에서는 치열한 물밑 외교전이 벌어졌다. 미국과 일본이 21일 오전 북한의 핵개발 계획 폐기를 촉구하는 특별성명 채택을 제의했다가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무산됐던 것이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과 교도통신에 따르면 미.일이 준비한 대북 특별성명 초안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강도 높게' 비난한 뒤 "한반도 비핵화가 동아시아와 국제사회 전체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또 6자회담에 대한 지지도 표명했다. 일본의 경우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도 간접적으로 언급하겠다는 의도에서 '가맹국의 우려'라는 문구를 삽입하려고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그러나 후진타오(胡錦濤)중국 국가주석은 대북 특별성명 채택에 반대했다. 북한을 자극할 경우 자칫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러시아도 평양을 자극할 수 있는 성명의 채택에는 반대했다. 결국 APEC 정상들은 탁신 치나왓 태국 총리의 의장 요약문이 북핵 문제를 언급하는 선에서 '특별성명'논란을 마무리지었다.

◇APEC 무용론=이번 APEC 회의가 아태지역의 경제협력이란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 북핵 문제와 테러와의 전쟁을 논의하는 안보포럼으로 변질됐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컸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이번 회의에 미국의 대(對) 테러 전쟁과 대북 다자간 안전보장 문제를 끌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실제 APEC 정상 선언문에도 "지난달 멕시코 칸쿤에서 결렬된 세계무역기구(WTO) 도하라운드 협상의 재개를 촉구한다"는 문항이 들어갔지만 ▶회원국간 대 테러전 협력▶민항기 테러 대비 휴대용 미사일 통제▶대량살상무기 확산 저지 등 안보 문제가 주류를 이뤘다.

출범 14주년을 맞은 APEC이 경제 협력과 무역 자유화에 대해 이렇다 할 결실을 내놓지 못하고 정상들의 민속의상 사진 촬영장으로 전락했다는 APEC 무용론도 없지 않다. 미 민간 싱크탱크 스트랫포는 "APEC이 아태지역이란 이유만으로 라틴아메리카까지 포괄하는 등 지나치게 비대해진 탓도 있다"고 지적했다.
[방콕=최훈 기자, 최원기 기자]cho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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