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토지」 3조 규모/누가 어떻게 살까…(경제초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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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인기있는 상업요지 과열 우려도/덩치큰 임야 쉽게 나서지 않을듯/개인 투기막을 철저한 사후관리 필요
기업들이 내놓은 부동산을 누가 어떻게 살것인지 관심을 끌고있다.
임야ㆍ논ㆍ밭등은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아 매각작업 자체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반면 일부 상업용지 등은 과열매입경쟁도 예상되고 있다.
5ㆍ8정부대책의 후속작업으로 이뤄진 이번 기업의 부동산매각 규모는 총 3조원 규모로 추산되고 있다.
10대 그룹이 내놓은 부동산만 서울 여의도(80만평)의 20배크기인 1천5백70만평,2천여억원어치(장부가액 기준)로 시가로 환산하면 1조원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금명간 확정될 은행ㆍ증권ㆍ보험사 등 금융기관들의 부동산매각규모도 시가기준 1조원에 가깝다.
10대 기업을 제외한 39개 여신관리기업과 중소기업등의 매물도 모두 합치면 10대 그룹수준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같이 많은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로 정부는 부동산값이 안정되고 기업의 재무구조를 견실하게 하는데 큰 도움이 될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매물의 대부분이 조림지ㆍ유휴광산ㆍ골재채취장 등 야산ㆍ임야인데다 덩치도 커 우선 제대로 팔릴수 있을 지가 의문시되고 있다.
10대 그룹매물의 경우 지목이 임야ㆍ전답인 땅이 전체의 80%이상이다.
또 이들 매물은 가격이 노출돼 있고 정부의 강력한 투기억제대책 등으로 매수자가 선뜻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6∼3개월 시한을 주고 자체매각을 유도한뒤 팔리지 않을 경우에는 토지개발공사ㆍ산림청ㆍ성업공사 등에 넘기게 할 방침이다.
그러나 토개공이 채권을 발행해 사들일 경우 통화팽창의 부담을 안게되고 산림청등 정부매입도 재정부담으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성업공사에 넘어가 공개입찰에 붙여질 경우 여전히 매입자가 없어 유찰될 가능성과 의외의 가수요자가 매입할 가능성 등을 막기 어려울 뿐아니라 싼값으로 낙찰된뒤 상대적으로 비싼 주변 땅값과의 차이만큼 현실화되는 과정에서 장기적으로는 지가상승요인이 될 우려도 있다.
한편 이번 매물가운데는 즉시 팔릴수 있는 금싸라기땅도 적지않다.
삼성이 내놓은 서울 잠원ㆍ서초동 대지 2천8백평,럭키금성의 서울 방배ㆍ서초ㆍ신월동 등 주요소부지 1천6백평,한진그룹의 서울 삼성동 호텔부지 1천4백평,대우의 당산동 물류센터 7천8백평등이 그런 경우다.
특히 금융기관들의 경우 거의 전부가 지점설치용으로 사들였던 도심의 노른자위 땅들이다.
이들 부지는 단위면적이 작아 거래가 쉽고 거의 대부분이 심한 공급부족현상을 빚고 있는 상업용지들로 자칫 과열매입경쟁이 벌어질 소지도 있다.
실제로 증권사중 가장 먼저 매각계획을 밝혔던 D증권의 경우 지난달 30일 발표 첫날에만 매입가격ㆍ방법등을 묻는 전화가 50여통이나 걸려오는등 문의가 끊이지 않았다.
노른자위 땅들도 6∼3개월의 매각시한이 걸려있기 때문에 성업공사등에 넘어갈 경우 제값을 받지 못한다고 생각한 보유회사들이 값만 보고 처분할 경우 실제 땅을 사용하지 않을 사람에게 넘어갈 공산도 크다.
더욱이 기업이 사는 것은 엄두도 내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개인에게 팔릴 가능성이 커 이같은 우려는 심각하다.
한편 기업의 입장에서도 부동산매각으로 담보부족에 따른 자금확보의 어려움과 신규부동산취득 제한에 따른 투자위축등의 부작용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서경석 사무총장은 『이번 기업부동산매각이 새로운 투기를 조장하고 가진자 사이의 소유권이전으로 그치지 않도록 하기위해서는 전량 국유화돼야 한다』며 『정부매입재원은 양도세ㆍ토지세를 강화해 조달해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토개발연구원 이태일 연구위원은 정부나 공공기관이 매입,땅이 필요한 기업에 장기임대해주는 토지비축제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통화증발ㆍ재정부담 등을 고려,민간부문에 맡길 경우에도 가수요매입등을 막기위한 매입자자격제한 및 매각내용관리등이 엄격히 뒤따라야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문병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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