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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사랑의 마그나 카르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청소년헌장이 대통령의 특별담화문과·함께 선포되었다.
12일 오후3시 올림픽공원에서는 고적대의 퍼레이드, 사물놀이를 포함한 축하행사가 이역사적인 식을 빛나게 했다.
노인·어린이 그리고 교육에 관한 헌장을 비롯해 몇개의 중요한 헌장이 있는데, 또『하나의 아름다운 공문서가 나오는 것이 아니냐』고 의구심을 가져보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다. 결코 이 헌장은 그렇지 않다고 할만한 한두가지 이유가 있다고 믿는다. 첫째 청소년의 인구 통계적 비중이나 산업사회에서 차지하는 중요성 때문에 청소년을 특별히 존중하는 종합적 기본법이 절실하게 되었는데 이 헌장은 85년「세계청년의 해」이래 많은 국제회의에서 토론의 제목이 되어 오긴 했지만 세계 1백70여개국 중에서 처음으로 탄생한 헌장 제1호라는 점에서 지대한 의미가 있다.
둘째 기초작업을 해온 사람들이 기성세대에 속해 있으면서도 되도록 청소년 입장에서 청소년들의 꿈을 이 헌장에 담아보려 노력했다는 점이다. 청소년 두세 사람만 모여도 소리 높여 외쳐볼 만한 비전을 헌장에 심어 보았다.
셋째 이 헌장엔 오늘날 우리 사회의 각박하고 메마른 환경을 풍요롭고 기름진 곳으로 만들어야겠다는 굳은 의지가 선명히 들어있다.
오늘 우리 청소년들에게는 요원한 이상향으로 보이더라도 그곳을 향해 힘찬 걸음을 내딛는다는 큰 뜻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넷째 이 헌장은 특히 가정·학교·사회와 국가의 책무를 명확히 표시하고 부모와 교사, 청소년 지도자와 공직자들이 언제 어디서나 읽고 외고 다짐할 수 있게 짧으면서도 함축성 있는 의지와 역할을 담았다고 할 수 있다.
감히 이 헌장이 한강의 힘없는 카르타(종이·라틴원어)가 아니고 7세기에 앵글로색슨민족이 어둡고 처절한 자신들의 삶 속에서 몸부림치며보다 나은 내일을 땀과 눈물의 붓으로 양피지에 또렷또렷 이 기 록했던 인권선언처럼 소중한 역사적 의의를 지닌 문헌으로 후세가 기억하게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열악해 가는 가정, 상점화되어가는 학교, 살벌하고 음란한 거리에서 입시경쟁으로 신음하는 학생이나 공장·농어촌·광산에서 일하고 있는 근로청소년 등 우리의 사랑하는 꿈나무들이 이 헌장을 삶의 밝은 등불로 받아들고 어둠을 헤쳐가게 되기를 기원한다.
이윤구 <한국청소년연구원장·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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