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한·미 FTA 3차 협상 끝냈는데 열린우리는 당론 못 정하고 논쟁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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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도약의 기회인가, 국가적 재앙인가. 한국과 미국 정부 사이에 자유무역협정(FTA) 제3차 협상이 완료된 마당에 집권당에선 아직도 이런 명분론적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정기국회가 열렸지만 열린우리당은 FTA에 관한 당론조차 정하지 못했다. 최근 소속 의원 13명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까지 내면서 한.미 FTA 협상과정에 이의를 제기했다. 열린우리당 수석 당원인 노무현 대통령 입에서 '참, 여당 때문에 일하기 힘들다'는 얘기가 나올 법하다.

열린우리당 천정배.김태홍.송영길 의원이 27일 주최한 FTA 토론회에선 당내 찬반 입장이 다시 한번 충돌했다. 찬성 의원들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필요로 하는 한국 경제가 적극 검토할 어젠다"(김태년 의원)라고 주장했다. 반대 의원들은 "외환위기로 양극화가 심화된 이후 최고의 재앙이 될 것"(임종인 의원)이라고 했다.

◆ "대일 무역역조 해소의 계기"=우제창 의원은 "FTA로 미국과의 게임에선 손해를 볼 수 있지만, 국내 산업의 서비스와 생산성을 향상시켜 중국.일본.동남아 시장에선 경쟁력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그는 "FTA로 농업이 붕괴한다는데 한우.양파 등에선 경쟁할 부분이 있다. (개방하면 망한다는)신화나 편견은 철저히 따질 문제"라고 역설했다.

김태년 의원은 "올 상반기 대일 무역 적자는 사상 최대인 125억 달러"라며 "미국과 FTA를 통해 자동차 분야 등의 협력이 이뤄질 경우 일본 제품에 대한 수입 대체 효과가 실현돼 만성적인 역조 현상을 해소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그는 개성공단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받으면 "남북 경협의 성과가 미국 시장으로 흡수돼 북한을 둘러싼 세계적인 지형 변화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 "지지도 10% 안팎인 참여정부가 감당할 수 있나"=이상민 의원은 ▶노무현 정부의 임기 후반부이고 ▶국민 지지도는 10% 내외라는 점을 지적한 뒤 "참여정부가 이런 갈등과 마찰을 수용하고 조정할 추동력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FTA 추진의) 당위성은 옳다고 해도 (농업 분야와 같이 경쟁력이 약한) 우리 사회의 한 부분을 황야로 내몰아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유승희 의원은 "FTA는 정부의 경제 모험주의 발상에서 촉발됐다"며 "FTA 체결 후 4~5년이 지나면 대미 적자국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섬유 분야에서 한국이 이익을 본다는 주장에 대해선 "(가격 경쟁력이 있는)중국이 미국과 FTA를 체결하면 한.미 FTA의 효과는 간단히 증발된다"고 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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