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 외국인 자진신고 46% 등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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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가 국내에 불법으로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합법으로 일할 수 있는 길을 터주기 위해 이들로부터 신고를 받고 있으나 실적이 아주 저조하다. 이에 따라 산업현장의 인력난이 우려된다.

이와 관련, 법무.행자.노동 3개 부처 장관은 22일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다음달 15일부터 불법체류자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1일 현재 국내에서 합법적으로 일하기 위해 신청할 수 있는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체류기간 4년 미만) 22만여명의 46.3%인 10만5천여명만이 등록을 마쳤다.

이런 추세라면 신청 마감일인 이달 말까지 대상자의 70~80%만이 등록을 마칠 것으로 보여 기업의 인력난과 단속의 어려움 등이 예상된다. 이처럼 신청 실적이 저조한 것은 복잡한 서류 내용과 까다로운 절차 때문이다.

외국인 근로자는 우선 사업주와 함께 '표준근로계약서'나 '고용확인 신고서'를 작성해 고용안정센터에 제출한다. 그러면 여기서 발급해준 '취업확인서'를 가지고 법무부 출입국관리소에서 체류 변경 신청을 해야 한다.

외국인이주노동자대책협의회 김민수 간사는 "외국인 근로자 혼자 하기에는 신고 절차가 복잡하고 어렵다"면서 "합법화 조치에 대한 홍보도 잘 이뤄지지 않아 외국인 근로자나 사업주들이 모르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사업주들은 법무부에서 요구하는 신원보증 등에 대한 거부감으로 고용확인서를 발급해주지 않는가 하면 오히려 "신고하지 말라"고 근로자들을 부추기는 경우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나 사업주들이 "이번에도 버티면 된다"는 생각으로 등록을 미루거나 꺼리는 데 있다. 그동안 불법체류자에 대해 몇 번의 유예조치를 해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합법화와 불법체류자 단속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

자칫하면 고용허가제가 제대로 정착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노동부 관계자는 "다음달 15일까지 8만여명의 불법체류자(4년 이상 체류자)가 자진출국해야 하는데다 4만~6만명(대상자의 20~30%)의 불법체류자가 합법화 신고를 하지 않아 강제 출국된다면 산업현장의 인력난은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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