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여 2인자」 새모습 과시/김영삼 민자대표 첫회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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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권 게임」 비난의식 이미지회복 주력/“분열 보인데 사죄… 체질변화 힘쓰겠다/내각제 배제 않지만 중요한 것은 여론”
김영삼 민자당대표최고위원의 11일 취임 첫 기자회견은 스스로 표현하듯 「집권여당으로 거듭 태어나려는」 면모일신의 자세와 난국극복에 당력을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과시하는데 초점을 두었다.
그는 내각제개헌,차기 대권의 향방을 결정할 「92년 문제」등 정치프로그램에 대해선 『논의할 시기가 아니다』고 일축하고 총체적 난국을 지속적 개혁으로 대응할 것임을 다짐했다.
내각제개헌논의에 제동을 걸려는 그의 입장은 내각제가 야당·재야의 주장인 「민자당의 장기집권구도」의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며 노대통령의 남은 3년임기를 감안할때 내각제를 둘러싼 「대권게임」에 공개적으로 몰두할 시기가 아니라는 계산을 한듯 하다.
현재로선 권한을 가진 대표최고위원으로서의 확고한 위상 확보와 대국민 이미지회복에 주력할 시기라는 생각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당강령개정으로 발판을 마련한 내각제논의는 일단 「대기성 이슈」로 후퇴할 것으로 보인다.
김대표최고위원은 이날 당정관계에 있어 민자당의 우위,공직사회의 쇄신,지속적인 개혁및 체제변혁에 대한 단호한 대처,대야관계의 재개등을 밝히고 당내에선 단합과 「탈계파」를 강조했다.
또 『노대통령이 국정을 훌륭히 영예롭게 수행해 나갈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여권내 2인자」로서의 위상을 거듭 확인했다.
그가 이날 천명한 것을 볼때 앞으로 민생문제·시국문제에 대해선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특히 부동산투기근절에 대해선 집요하게 물고 늘어 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는 또 그동안 방치되다시피 했던 대야관계 재개를 시사했으나 김대중 평민당 총재와의 대화는 아직 여권내에서 정리되지 않은 듯하며 5·9 반민자당시위에 대한 그의 강경한 입장으로 미뤄 여야관계의 정상화는 당분간 어려울 듯하다.
다음은 김영삼대표최고위원의 기자회견 1문1답 요지.
­내각책임제 개헌문제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내각제 논의는 언제부터 시작할 것인가.
『권력구조변화는 40여년의 우리정치사에서 중대하고 미묘한 문제였다. 권력구조의 전환을 위해서는 국민의 공감대를 확보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총체적 난국이며 난국타개를 위해 당력을 총집중해야 할 시기인만큼 내각제 개헌문제를 현시점에서 논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박태준최고위원은 내각제개헌을 위해 진이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고 김종필최고위원도 『내각제시사 강령채택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밝힌바 있다. 그런데 내각제문제를 당에서 논의하는 것을 허용치 않겠다는 뜻인가.
『나 자신도 대통령중심제나 내각책임제 어느 것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한적이 있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여론이다. 더이상 내각제에 대해 질문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당내분 극복을 위한 구체적 대안은 무엇인가. 또 앞으로 당직과 국회직 임명에 있어 계파간 분배방식에서 벗어날 수 있겠는가.
『3개월여동안은 형식적인 통합에 불과했지만 9일 전당대회를 계기로 사실상 창당한 것으로 봐야한다. 나 자신도 3계파를 초월한 대표최고위원이므로 모든 인사에서 원칙과 능력·경력등을 고려해 결정할 것이다.
국민에게 분열된 모습을 보인데 대해 사죄한다. 이제 민자당은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반민자당시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는데.
『정당은 같은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것은 상식이며 정당법에도 명시돼 있다. 시위대의 의견처럼 4당체제로 복귀했을 경우 우리나라는 어떻게 되겠는지 심각히 생각해 봐야할 것이다.
앞으로 92년과 93년에 선거를 통해 국민의 심판을 받겠다.』
­92년 총선,93년 대통령선거를 하겠다는 말인데 내각제 반대발언으로 봐도 되겠는가.
『우리 현행헌법에 따르면 그렇다는 얘기다.』
­앞으로도 민자당이 의석에서 압도적 다수를 유지할 수 있겠는가.
『여소야대의 4당체제는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준다. 정치세력이 안정돼야 경제·사회적 안정도 가능하다.』
­총체적 난국을 총체적 개혁으로 해결한다는 말에는 법적·제도적 개혁도 포함되나.
『부동산투기등의 문제에 공직자뿐 아니라 정치인이라도 가담돼 있으면 단호히 척결해야한다. 법적·제도적 개혁도 병행할 것이다.』
­김대표에 대해 여전히 야당체질을 못벗어 났다는 지적이 있는데.
『30여년간 야당생활로 굳어진 체질을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어렵다. 그러나 여당이 된이상 체질변화에 노력하겠다.』
­평민당등 야당과도 대화할 것인가.
『김대중총재와의 대화도 적극 검토하겠다.』
­대권밀약설에 대해서….
『대권에 전적으로 욕심이 있었으면 3당통합이 안됐을 것이다.』
­지자제선거는 어떻게 할 계획인가.
『금년내 실시한다는 당방침에는 변화가 없다. 5월말 임시국회에서 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박보균·김두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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