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문화 발원지 시베리아 아니다〃이형구·이종선씨 논문발표 잇따라 반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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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우리나라 고대문화의 발원지에 대한 논의가 최근 새롭게 제기돼 고고사학 연구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지금까지 고대문화의 발원지는 시베리아라는 것이 학계의 통설로 자리잡아 왔으나 이에 대한 반론으로 발해연안과 내몽고 오르도스지방이 발원지라는 연구결과가 최근각각 발표됐다.
이형구교수 (정신문화연구원)는 지난 4일 열린 연세대국학연구원 월례발표회의에서 「한국민족 문화의 시베리아 기원설에 대한 재고일 한국고대문화의 원류」라는 논문을 발표, 우리문화의 발원지는 발해만일대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교수의 반박논거는 크게 세가지.
첫째는 발해만 일대에서 발굴된 빗살무늬토기가 시베리아지역보다 1천년 이상 빠르고 겉면에 새겨진 무늬도 다르다는 점이다. 즉 시베리아의 빗살무늬토기는 기원전 4천년께에 만들어진 작은 단지 모양인데, 발해만의 것은 기원전 5천∼6천년께의 것으로 시기적으로 훨씬 앞서며 크다는 것.
둘째는 발해북쪽 대능하유역에서 발견된 석묘역시 기원전 3천5백년께의 것으로 시베리아 석묘보다 약1천년이 앞선다는 점이다. 이 또한 동북아시아문화의 기원이 발해만 지역임을 증명해준다. 셋째는 발해연안의 초기 청동기가 탄소측정결과기원전 1천9백년께로 검출돼 시베리아 카라카스문화(기원전12∼8세기)보다 앞선다는 점이다.
한편 이종맹씨 (호암미술관부관장)는 4입 서강대에서 열린 한국상고사학회에서 발표한 논문「세형동검의 지역적 특성」을 통해 고대문화의 발원지를 오르도스지방이라고 강조했다.
이씨는 논문에서 세형동검을 「오르도스-서북한-동남한계통」과「요동-서남한계통」으로 나누어 비교 분석한 결과 전자는 오르도스계의 한반도유입을, 후자는 요동지방 청동기문화의 영향을 입증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 같은 계통의 차이는 지금까지 통설로 되어온 「시대의 차이」 때문이 아니라 명백한 지역적 계통의 차이며 동시에 제작자의 차이라는 것이다.
최근 이같이 고고학적 근거에 따른 새로운 주장이 제기되는 것은 국내고고사 학계의 역량성숙을 반증해주며 연구활성화의 좋은 계기로 환영받고있다. <오병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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