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미에 “전략물자 사달라”/관리들 미의원 상대 판촉로비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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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빈사상태 경제 회생시킬 자금 부족탓/군사목적기술 민간부문 활용못해 한계
미소간 활발한 고도의 전략물자 교류가 최근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불과 수년전만해도 상상하기 조차 어려웠던 이같은 교류는 물론 페레스트로이카의 영향이 큰 탓도 있지만 빈사상태에 있는 소련 경제의 부활이 주된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최근 소련의 권위있는 연구기관인 소비에트 구조역학 연구소의 메르차노프 소장이 워싱턴의 미의회를 방문,의원들을 상대로 전략물자 판촉활동을 벌인 것도 이러한 움직임의 하나다.
그가 미의원들을 상대로 벌인 로비활동은 소련이 개발한 첨단 전략물자를 구매토록 요청한 것으로 절삭용 초고강도 금속제련기술 및 고성능 방사능 검출기기 등이 그 주요 품목이다.
이들 상품들은 소련이 이미 미국기업에 납품키로한 고온의 초전도체 소재와 더불어 중요한 전략물자 중의 하나다.
특히 초전도체 소재의 경우 전기모터나 변압기 등의 성능을 결정하는 주요 부품으로 미국 등 서방국들이 대공산권 수출을 금지한 규제품목 속에 포함돼있다.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있는 한 미국회사도 최근 소련의 과학원과 기술제휴,합자회사를 설립해 핵에너지와 관련한 공동연구 및 부품생산을 계획하고 있다.
특히 현재 미국시장에서 상품화되고 있는 티타늄 도금공정은 소련이 핵개발을 위해 연구해낸 것을 쓰고 있는 것으로 소련의 기술이 미국에서 실용화된 전형적인 케이스다.
이 기술은 미국수준(화씨 1천8백도)보다 훨씬 낮은 온도인 화씨 8백∼9백도 하에서도 도금을 가능케함으로써 고온에 따른 금속의 변형과 파괴를 막아주고 있는데 미국은 이를 요긴하게 활용하고 있다.
이처럼 소련이 심혈을 기울여온 고급 노하우를 미국에 넘겨주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한마디로 경제개혁에 필요한 돈을 마련키 위한 것이다.
소련이 그동안 총력을 다해 이룩해온 기술개발은 대부분이 군사목적으로만 집중돼 비군사적인 민간부문에서는 거의 실용화할 수 없는 것 들이었다.
이에 따라 군수산업을 통해 축적된 첨단기술들은 민간부문에서의 취약한 경제구조탓에 상품화되지 못했고 그 결과 더 이상 기술개발을 뒷받침할 수 없는 한계에 달하고 만 것이다.
결국 최고기밀은 내주지 않되 적절한 범위내에서 비교우위에 있는 기술 등을 미국에 주고 그대신 풍부한 미의 자본을 흡수,외화부족에 허덕이는 자국 경제를 회생시키고자 하는 것이 소련의 속셈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김용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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