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내 남편을 버렸다" 살해된 종군기자 미망인 회고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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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남편이 유괴된 뒤 카메라 앞에 선 유일한 이유는 납치범들에게 그이를 살려달라고 호소하기 위해서였다."

지난해 2월 파키스탄에서 실종된 뒤 잔인하게 살해당하는 비디오만 남긴 월스트리트 저널 동아시아지부 대니얼 펄 지국장의 미망인 마리안 펄(36)이 최근 회고록 '강인한 심장:내 남편 대니 펄의 용감한 삶과 죽음'을 펴냈다.

그는 이 책에서 "언론이 사랑하는 남편을 잃은 미망인의 로맨틱한 얘기로 만들려고 테러리스트에게 장단을 맞췄다"고 비판했다.

또 "월스트리트 저널조차 사건 후 손을 놓아버렸다"며 배신감을 토로했다.

역시 기자 출신인 그는 실종된 '진실과 정의'를 찾아내기 위해 직접 진흙탕으로 뛰어들었다고 한다.

젖먹이를 품에 안고 밤잠을 설쳐 가며 남편의 노트북과 컴퓨터를 뒤지고, 목격자와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을 만났다.

이렇게 쓰여진 회고록은 스릴러물의 색깔까지 묻어난다. 물론 진솔한 사람의 얘기도 있다. 그는 "남편의 죽음 이후 가장 어려웠던 점은 돈 문제였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한편 CNN은 지난 21일(현지시간) "펄 기자의 살해범이 9.11 테러의 주모자인 할리드 샤이크 모하메드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윤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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