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남부군』각종 기록 갱신|제작 중 감독 구속 등 진통끝 5월 하순 개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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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진통을 거듭하던 영화『남부군』이 마침내 완성돼 5월 하순 관객들과 만난다.
이태씨의 동명 자부 베스트셀러를 영상에 옮긴『남부군』은 6·25 전란중 소백·지리지구에서 숨져간 빨치산들의 삶과 죽음의 기록이다.
『남부군』은 남한 빨치산을 소재로 한 첫 영상작업이다.
연출자 정지영 감독은 ▲이데올로기 편향을 지양한 휴머니즘의 추구▲사신과 함께 하는 극한 상황 속에서의 인간의 생명력▲분단의 비극이 오늘날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 등을 표현코자 했다고 밝혔다.
연츨자의 의도가 작품에 제대로 반영됐는지의 여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아무튼 『남부군』은 「분단의 희생자들」을 처음으로 좌우 2분법의 냉전시각이 아닌 민족적 휴머니즘의 관점에서 조명하고있어 큰 의미를 지닌 작품이다.
제작기간 2년, 촬영에만 꼬박 1년이 걸린 난산인만큼 『남부군』은 외형적으로 많은 기록을 세웠다.
우선 제작비 14억원은 보통 한국영화 1편 제작비 2억원의 7배나 된다. 이 돈이 모두 비충무노자본, 즉 기존 영화제작자의 돈이 아닌 17명의 후원인들로부터 모아졌다. 기존 영화 제작방식이 책정된 예산에 감독이 끼워맞추는 방식인데 비해『남부군』은 제작이 진행됨에 따라 필요한 경비를 쏟는 방식을 써 충무로 돈이라면 생리상 도저히 14억원까지는 못썼을 것이다. 당초 『남부군』 의 예상제작비는 5억원이었다.
촬영기간 1년도 보통 한국영화 촬영기간의 5배에 이른다. 지리·오대·월출산을 주무대로 하고 고창선 운산·정창회문산·포정 보문산 등 원작의 지형과 흡사한 곳을 찾아 전국을 돌며 4계를 담아왔다.
영암 월출산에서의 촬영은 정감독이 UIP직배반대 운동때문에 지난해 9월 구속된 뒤 10월말게 출감해 가을장면의 로케장소로 내정했던 강원지방의 단풍이 다 져버려 로케장소를 옮긴 경우였다.
소요된 필름은 9만자. 이 역시 보통 쓰이는 2만∼3만자의 4배쯤 된다. 보통 9천자가 1시간40분 가량의 촬영분이므로 9만자는 약17시간 분량의 길이다.
『남부군』은 이 17시간 가량의 필름을 편집, 2시간4O분짜리 영화로 만들어졌다.
과거『성웅 이순신』등이 2시간짜리 영화로 만들어진 경우가 있었지만 상영시간 2시간4O분은 초유의 기록이다.
상·하로 된 원작의 내용이 방대하다 보니 통상적인 1시간40분 정도로는 소화할 수 없었기 때문이 다.
2시간40분 상영은 극장측의 양해도 필요한데 하루 5회 상영이 보통이므로 2시간이 넘어가면 극장측은 1회분만큼 상영할 수 없어 그만큼 수입이 줄게 돼있다.
『남부군』은 또한 전국극장에 직접 배급하게 된다. 영화배급은 보통 서울·부산 등의 개봉관을 제외하고는 몇 개 지역별로 지방 홍행업자에게 파는 방식인 단매로 진행된다.
그러나 『남부군』의 경우는 우선 제작비가 많이 들어 지방 단매가격이 높아졌고 그만큼 흥행부담이 커 지방업자들이 사기를 꺼려했다고 알려졌다.
영화계는 이번 『남부군』의 직배 성공여부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만일 한국영화로는 첫 사례인 이 영화의 직배가 성공하면 기존의 배급구조에 획기적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한국영화계의 영세성은 흥행자본이 제작자본으로 환수되지 않은데서 상당부분 기인하고 있는것이 사실이다. 다시 말해 흥행으로 번돈이 영화에 재투자되지 않고 부동산 등으로 일부 흘러들어 갔었는데 직배가 잘되면 지방에서의 흥행수입이 그대로 제작자에게 들어가 바로 새 영화의 제작자본으로 쓰일 수 있게된다.
또 『남부군』의 직배가 성공하면 현재 가장 큰 현안인 UIP 직배문제를 적어도 심리적으로는 극복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남부군』의 지방 상영관은 UIP가 아직 못 잡고 있는 일류극장(부산 부산·대구 한일·광주 무등·인천 오성극장 등)으로 짜여져 있다.
그리고 또 다른 직배의 의의는 비영화계 자본을 영화계로 끌어들이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 제작자들의 과감한 투자가 가장 아쉬운 현실에서 지방흥행업자의 단매에 따른 제작전 선금을 받지 않는 비영화계 자본의 확보가 직배성공에 따라 제도화된다는 풀이다.
『남부군』의 입장료는 4천원으로 이 또한 기록이다. 지금까지 가장 비싼 한국영화 입장료는 얼마전개봉관 상영이 끝난『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의 3천 5백원이었다.
14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원금을 건지려면 서울개봉관 기준 약 4O만명이 동원돼야 한다.
4O만명 동원이란 참으로 어려운게 현실이므로 제작자측은 해외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우선 5월 칸 견본시에 선보인 다음 내년2월 베를린영화제부터 입상을 노릴 계획이다.
이번 『남부군』의 촬영에 있어서도 관련 단체들의 몰이해가 문제점으로 다시 부각됐다.
연 2만여명이 동원된 엑스트라와 전투 신에 필요한 총기·군복 등이 국방부측의 지원이 없어 큰 애로를 겪었으며 이것이 제작비에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UlP문제로 그자신 촬영현장인 포욱보문사에서 연행돼 곧바로 구속된 뒤 52일만에 벌금형을 받고 물려나는 고생을 치렀던 정감독은 영화의 완성을 전적으로 안성기씨를 비롯한 연기진과 스태프들의 헌신적인 봉사의 덕으로 돌렸다.
정감독은 81년 『안개는 여자처럼 속삭인다』로 데뷔, 이번 『남부군』이 일곱번째 작품이다.

<이환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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