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엔 미 해군이 중국 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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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해상 합동 통신.기동 훈련차 미국을 방문한 중국 해군의 왕푸산 제독이 6일 하와이 진주만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미 해군 타운샌드 제독(左)과 나란히 서 있다. 뒤에 보이는 함정이 중국 해군 소속 미사일 구축함인 청도 113호. [진주만 AP=연합뉴스]

팰런 사령관

미국과 중국이 군사협력 분야에서 새 장을 열었다. 양국 해군은 20일 처음으로 미 캘리포니아주 해안에서 합동 수색.구조 훈련을 했다. 11월에는 두 나라 군대가 중국 해안에서 더 큰 규모의 2단계 훈련을 할 예정이다. 뉴욕 타임스는 24일 "미 해군이 중국군과 함께 미 해안에서 훈련을 한 것은 주목할 만한 사건"이라고 보도했다.

미.중 합동훈련 실시는 올 7월 하순 워싱턴을 방문한 중국 군부의 2인자 궈보슝(郭伯雄)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과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의 합의에 따른 것이다. 당시 중국군 기관지 해방군보는 "합동훈련 계획은 중.미 양국의 교류와 신뢰를 증진하겠는 것으로,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20일 훈련에 중국군에선 북해함대 부사령관 왕푸산(王福山) 소장과 500여 명의 장병, 중국이 자체 건조한 유도미사일 구축함 칭다오(靑島)호와 급유함 훙쩌(洪澤)호 등의 함정이 참여했다. 양국 해군은 화재로 침몰하는 배에서 승무원과 승객들을 구하는 훈련을 했다. 테러가 발생했다는 상황을 설정하고 이에 맞춰 인명 구출작전을 벌인 것이다. 미 군사 관계자들은 "이번 훈련은 양국 군대의 테러 공동대처 능력과 의사소통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군의 훈련을 지휘한 윌리엄 팰런(61) 미 태평양사령관은 양국의 군사협력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7월 초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을 때 긴급히 중국군 고위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베이징(北京)과 직접 접촉할 수 없었다. 하루 뒤 나는 중국 당국의 성명서를 봤다. 그러나 그건 실시간에 이뤄진 즉시 응답과는 다른 것으로, 이는 양국이 여전히 불편한 관계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미.중 군사관계는 2001년 4월 중국 남부 하이난(海南)섬 상공에서 중국 전투기와 미국 정찰기가 충돌해 중국 조종사가 숨진 사건이 발생한 뒤 급속히 나빠졌다. 그러다가 2004년 1월 리처드 마이어스 당시 미 합참의장이 중국을 방문하고, 같은 해 10월 량광례(梁光烈) 중국군 총참모부장이 미국을 답방하면서 조금씩 개선됐다. 2005년 10월 럼즈펠드 장관이 베이징으로 가고, 올해 궈 부주석이 워싱턴을 찾으면서 분위기는 한결 나아졌다.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양국 군사관계 개선에 가장 적극적인 사람은 해군 조종사 출신으로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팰런 사령관이다. 그는 부임한 지 1년6개월 사이에 중국을 세 차례 방문했다. 그런 그에게 중국은 자체 개발한 비장의 FB-7 전투기 조종석에 앉아 볼 기회를 올 5월 제공했다. 그러자 팰런은 다음달 괌에서 실시된 미군의 군사훈련 '용감한 방패 2006'에 중국 참관단을 초청했다. 팰런은 기자들에게 "중국은 소련과는 다르다"며 "2001년 같은 우발적인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서로 오판할 소지가 없을 정도의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 국방부와 의회에선 베이징을 다른 시각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중국을 잠재적인 위협세력으로 보는 견해다. 국방부가 2월 "중국의 군사력 팽창이 (동북아) 지역균형을 깨뜨리고 있다"고 경고한 것도 그런 까닭에서다. 의회도 중국의 정찰.전투.병참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군사 접촉은 금지하는 규제를 그대로 놔두고 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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