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대책 기업형 투기잠재워야 성공(긴급 경제진단:3)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행정력 믿지않는 분위기 고쳐야
엄밀히 말해 주가의 폭락보다는 부동산값의 폭등으로 인한 폐해가 더 크다.
증시위기로 인한 문제점은 즉각적이고 조직적으로 표출되는 반면,부동산은 속성상 폭등에 따른 해악이 지속적이고 광범위하게 나타난다는 점에서 우선은 덜 심각해 보일 뿐이다.
연초 전세값 폭등으로 자살자가 속출하는 상황에서도 미온적 반응을 취했던 정부가 투자자들의 집단행동에 밀려 긴급처방을 제시하는 것 자체도 정부의 문제인식에 허점이 있음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사실 부동산대책이 좀 더 완벽했더라면,다시 말해 투기를 이같은 상태로까지 방치하지 않았다면 오늘날 증시위기는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정부가 긴급 증시대책을 마련하면서 부동산문제에 대해 전에 없던 「공격성」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같은 자기모순을 뒤늦게 나마 인정하고 문제의 본질에 다가서려는 노력으로 풀이된다.
특히 금융기관 및 대기업들에 대해 비업무용은 물론 업무용 부동산이라도 당장 필요치 않은 것은 모두 가려내 매각을 유도키로 한 조치는 업무용을 가장한 기업형부동산투기에 일단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장래의 땅값상승을 겨냥해 공장부지를 필요한 것이상 확보해 두는가 하면,사원휴양시설 등을 내세운 기업들의 부동산수법은 이미 잘 알려진 일이다.
그러나 정부가 부동산시장의 「큰손」인 대기업들과 일전을 선언한 것은 그들이 현실적으로 결코 녹록한 상대가 아니라는 점,그리고 어디까지가 업무용 토지며 장래 사업을 위한 적정 보유토지가 얼마만큼이어야 하느냐는 판정문제가 남아 있어 실효를 거두기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이 예상된다.
정부는 또 투기억제를 위해 최근 토지거래허가지역을 종전의 2배로 확대했으나 허가제운영 자체가 개선되지 않고는 소기의 목표를 거두기 힘들다는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위헌시비까지 불러 일으키며 도입한 토지공개념법 역시 제도시행의 손발격인 지방공무원들의 획기적인 자세전환 없이는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다. 하루가 멀다하고 투기대책이 나옴에도 불구,부동산 고삐가 잡히지 않는 것도 국민들이 정부의 정책목표 관철 의지와 행정력을 믿지않고 있기 때문이다.
투기억제에 주력하는 동시에 토지공급에도 신경을 써야한다. 인구가 늘고 경제규모가 커짐에 따라 땅에 대한 수요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정부는 산지나 구릉지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며,재정에 여유가 없으면 민자라도 끌여들여 간척사업을 확대해야 한다.
주택정책에 관해서는 지금까지 지나치게 주택건설에만 치중함으로써 문제해결에 오히려 진전을 보지 못한 부분이 있다. 다시 말해 정부는 2백만가구 주택건설계획만 완료되면 주택문제가 해결되는양 홍보하고 있지만 그래봤자 주택보급률은 현재의 70%에서 73%로 밖에 높아지지 않는다.
필요한 만큼의 주택공급은 수십년이 걸린다는 얘긴데,이런 상태에서는 집을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민영주택이라도 25.7평이하짜리는 무주택자에게 50%를 우선 배정키로한 조치는 기득권 침해라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책의 방향을 바로 잡아나가는 것으로 평가된다.
한편 부동산값안정을 위해서는 가수요나 투기행위를 막고 공급확대에 주력하는 것외에 유통질서를 바로잡는 일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투기를 조장하는 중개업자에 대해서는 강력한 행정제재를 가하는 동시에 주택은행등 공공기관의 부동산중개센터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이와함꼐 곧 도입할 등기의무제가 또다른 종이호랑이가 되지 않도록 해야함은 물론이다. 등기의무제는 불완전하나마 부동산실명제를 가능케하고 앞으로 이것이 토지 및 주택전산화의 기초자료가 된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특히 강조된다.
어쨌든 최근의 부동산시장은 투기꾼의 명단공개ㆍ형사처벌 등이 강조되면서 진정기미가 뚜렷하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일은 이같은 분위기를 최소한 토지공개념법의 위력이 피부에 와 닿고 수도권 신도시 입주가 러시를 이루는 2∼3년뒤까지 유지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재정 및 통화정책 재산세ㆍ양도세등 조세정책,학군 및 교육제도,지방자치제 및 그에 따른 선거일정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되지 않으면 안된다.<심상복기자>PN JAD
PD 19900503
PG 07
PQ 04
CP KJ
BI S
FT V
CK 01
CS A11
BL 967
GI 이석구
TI “시멘트도 전략물자”/북한,대남수출 기피
TX ◎홍콩통해 가까스로 12만t 수입계약
북한은 시멘트마저 전략물자로 간주,한국에 수출을 기피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같은 사실은 최근 심각한 시멘트부족난을 겪고 있는 업계가 북한산 시멘트의 수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알려졌다.
상공부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S사가 홍콩의 제3국상사를 통해 북한산 시멘트수입을 추진한 결과 북한은 한국에 유출시키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수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S사는 국내의 공급부족사태를 위해 적극적인 수입교섭에 나서 가까스로 홍콩의 제3국상사로부터 12만t분의 북한산 시멘트수입계약체결에 성공했으나 북한의 이같은 방침 때문에 더이상의 수입은 어려운 실정이라는 것.
북한의 연간 시멘트생산 능력은 9백78만t으로 이중 상당한 물량을 수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공부는 시멘트가 각종 민간건설공사 뿐만아니라 국방용으로도 쓰여지기 때문에 북한이 이를 전략물자로 간주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업계가 북한의 이같은 방침을 알면서도 수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시멘트부족난이 심각하기 때문.
분당ㆍ일산 신도시건설 등 건설경기호황으로 건축허가면적(1∼2월중)이 작년동기보다 97%,공사수주면적은 1백17%나 증가하면서 시멘트수요가 크게 늘어 레미콘회사가 조업을 중단할 정도로 물량이 부족한 상태다. 일부 영세건설업체는 공사를 중단하고 있다고도 한다.
상공부는 상반기중 시멘트 수요가 1천7백77만t이나 공급물량은 1천6백34만t에 그쳐 1백43만t이 부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따라 적극적으로 수입을 추진중이나 세계적인 건설경기호황으로 공급물량이 부족,수입을 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4월말까지 멀리 요르단ㆍ시리아 등지에서 10만1천t을 수입하는데 그쳤다. 우리는 지금까지 시멘트반제품인 클링커를 인도네시아ㆍ태국등 주로 동남아에서 수입해 왔으나 이들지역도 자국내 건설경기호조로 수출물량을 줄임에 따라 멀리 중동지역까지 나가 수입하려하고 있으나 수입이 여의지 않다.<이석구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