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알고나탑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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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봄이 와서 날씨가 화창해짐에따라 사람들은 그동안 움츠렸던 근육과 마음을 펴고 야외로 나가고 싶어한다. 그래서 수학여행·효도관광·주말여행등이 갑자기 밀어닥치는 시즌이 되는 것이다.
이와같은 관광시즌에 가장 염려되는 것이 교통사고다. 교통법규를 철저히 지키며 서두르지 않고 양보를하는 자동차문화가 정착되지않은 우리 현실에 비춰볼때 사고의 위험이 큰 계절이라 하겠다.
아니나 다를까. 4월의 넷째주 주말에는 짓궂게 내리는 비로 인해 각종 사고가 줄을 이었고 드디어 24일에는 미처 피지도 못한 꽃봉오리 9명의 생명을 앗아가는 버스전복사고가 발생했다.
어쩌면 이 사고는 불운이 겹쳤기 때문이라고 할수 있다. 그러나 농수로에 물만 없었더라면 하고 요행을 바라기보다 버스가 길밑으로 구르지 않을 수도 있지않았나를 먼저 생각해야한다.
버스는 공적인 대중교통수단이고 승객의 안전은 전적으로 기사에게 맡겨진다. 따라서 버스기사의 운전은 자가용운전기사나 오너드라이버의 운전과는 또 다른 안전수칙이 따라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교통규정에는 전문직 운전기사의 경우 대형 또는 1종면허로 구분하고 있는데 그것은 어디까지나 운전자의 기능수준이 높다는 것을 의미할뿐 보다 안전하게 운전할수 있다는것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또 이들 직업적 기사들에게는 정기적인 교육이 실시되고 있기는 하나 사회적인 성원이 없으면 실효가 없다.
만일 지난 24일 사고의 버스기사가 중앙선을 넘어 달려오는 자가용을 보고 핸들을 꺾지않고 더 많은 승객의 안전을 위하여 브레이크만 밟고 그자리에 섰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물론 버스보다 작은 자가용차는 산산이 부서지고 몇사람이 사망하겠지만 버스안의 많은 승객은 자가용보다는 피해가 적었을 것이다.
그럴때 사회는 버스기사가 자신의 의무에 충실했으므로 불가항력의 상황으로 인정, 무죄라고 판결할것인가, 아니면 과실치사는 인정하되 정상을 참작해 집행유예정도라고 생각할 것인가.
지난날의 많은 교통사고처리는 후자의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어떤 버스는 자전거를 피하다 논바닥으로 구르고 과속의 자가용을 피하다가 호수에 빠지곤 했다.
이제는 우리도 공과 사를 구분할줄 알아야 한다. 옛 조상들의 생각처럼 공이 사를 앞서야 한다. 그래서 많은 승객을 태우고 달리는 버스기사들은 무조건 핸들을 꺾기에 앞서 뒤에 탄 승객들의 안전도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절대로 침범해서는 안되는 중앙선을 서슴없이 침범하는 일이 많은 우리의 교통문화를 하루빨리 고쳐야 우리도 이 부문의 후진국을 벗어날 것이다. 제발 이 봄에는 더이상 참혹한 사고없이 서두르지 않고 양보하는 미덕을 지키기를 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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