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시장 “월말비명”/기업 하루자금 금리 부르는게 값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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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단자사도 은행돈 못얻어 쩔쩔매/무리한 「총통화증가율 죄어잡기」가 문제
월말을 넘기며 예외없이 자금시장에서 「큰 소리」가 나고 있다.
기업ㆍ금융기관ㆍ통화당국 할것 없이 항상 월말을 조용히 넘기는 적은 별로 없지만 이번달에 나는 큰소리는 너무 요란해서 껄끄러운 데가 있다.
요즘 단자시장에선 A급 기업의 하루자금이 연리 19% 수준에 가 있고,「평소 얼굴을 자주 볼 필요가 없는」기업의 하루자금은 연리 20% 이상에서 단자사가 부르는게 값이다.
그런 단자사도 은행돈을 못얻어 연리 19%짜리 타입대에 목을 매고 앉았고,은행들은 한은의 지준독촉속에 기업대출을 물리적으로 규제하고 있으며,통화안정증권을 미처 다 소화하지 못한 재무부는 28,30일 단 이틀동안 불과 7백억∼8백억원의 통화채를 은행신탁계정에 팔기위해 각은행이 최소한 이틀동안 신탁자산운용을 중지하고 다른 유가증권 매입도 중지하라는 상식이하의 긴급지시를 지난주말 내려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사실을 알고보면 시중 통화사정은 이토록 큰 난리를 칠만큼 급박하지는 않다.
올해부터 새로 채택한 「진도율 방식」의 통화관리 목표의 경우 4월말의 전년말비 총통화(M₂)증가율은 5%이내로 잡히면 되게 되어있는데 지난 27일 현재 총통화 증가율은 4.7%,수준으로 「안정권」에 들어서 있다.
또 이달중에 풀 수 있는 총통화의 양은 평잔 기준으로 약 5천억원 규모인데 이같은 목표를 지키기에도 그다지 큰 어려움은 없다.
다만 이달에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지난달 말에 23%를 넘어갔던 전년동기비 총통화 증가율을 22%대로 끌어내려 물가불안을 「심리적」으로 안정시키기 위해 증시침체ㆍ부가세납부등으로 여전히 어려운 자금시장을 무리하게 죄어잡아야만 한다는 점이다.
월말을 넘기고 5월중순이 되면 또 언제 그랬냐는듯 잠잠해질 자금시장이고,심리적인 물가안정 전략도 나름대로 뜻이 없지않지만 언제까지 그달 그달의 총통화 증가율에 얽매여 자금의 코스트를 급격히 튀겨올리는 통화관리를 지속할 것인지는 심각히 생각해 보아야한다.<김수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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