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라덴 또 사망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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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국제 테러조직인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의 사망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프랑스 로렌 지역 일간지 레스트 레퓌블리캥은 23일 '국방부 기밀'로 분류된 문서 내용을 인용해 빈 라덴이 지난달 파키스탄에서 장티푸스로 목숨을 잃었다고 보도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 CNN 등도 사우디아라비아 소식통을 인용해 확실한 증거는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사망설과 중병설을 잇따라 제기했다. 프랑스.미국.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확인 불가'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이번 사망설이 빈 라덴의 출신국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나온 정보 분석이라는 점에서 진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장티푸스로 사망?=진원지는 사우디아라비아다. 프랑스 정보당국이 작성했다가 언론에 누출된 기밀문서는 사우디아라비아 당국의 정보에 기반한 것이다. 이 문서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는 4일 빈 라덴 사망 정보를 입수했다. 이후 확인을 위한 추가 정보 수집에 나섰고 결국 빈 라덴이 지난달 23일 사망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우디아라비아 당국은 빈 라덴이 병에 걸렸지만 지리적으로 고립돼 있었기 때문에 치료를 받지 못해 숨진 것으로 추정했다. 또 사망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빈 라덴의 시신 매장 지점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있다고 언급했다.

◆ 이번엔 진짜?=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사망설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는 공식 성명을 24일 (한국시간) 발표했다. 빈 라덴 행방을 추적해온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과 파키스탄 내무장관 등도 그의 사망설은 단지 추정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이번 정보 문건이 빈 라덴에 대해 가장 많은 정보를 갖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나왔다는 점을 알자지라 방송은 지적했다.

알아라비야 방송은 "이달 들어 미국과 파키스탄 간 테러세력 소탕을 놓고 이견이 발생한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최근 파키스탄이 테러세력 소탕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을 요구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0일 "빈 라덴의 소재가 파악되면 파키스탄에 병력을 즉각 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 도대체 어디에=지난해 10월 파키스탄 대지진 당시 빈 라덴이 사망했다는 주장 등 그의 사망설은 이미 여러 차례 제기돼 왔다. 하지만 아직 확인된 것도 없고 빈 라덴의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아프가니스탄 산악지대, 그리고 최근에는 파키스탄 북부에 은신 중일 것이라는 추측만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에 제기된 사망 또는 중병설의 진위를 확인하기는 그리 간단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중동권에서는 이미 빈 라덴의 사망설이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최고의 정보력과 첨단무기를 가진 미국의 포위망을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2004년 10월 공개된 비디오 테이프에서 모습을 보인 뒤 알카에다의 제2인자 아이만 알자와히리가 더 나서고 있다는 점도 그의 사망설을 부추기고 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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