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티푸스로 사망?=진원지는 사우디아라비아다. 프랑스 정보당국이 작성했다가 언론에 누출된 기밀문서는 사우디아라비아 당국의 정보에 기반한 것이다. 이 문서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는 4일 빈 라덴 사망 정보를 입수했다. 이후 확인을 위한 추가 정보 수집에 나섰고 결국 빈 라덴이 지난달 23일 사망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우디아라비아 당국은 빈 라덴이 병에 걸렸지만 지리적으로 고립돼 있었기 때문에 치료를 받지 못해 숨진 것으로 추정했다. 또 사망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빈 라덴의 시신 매장 지점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있다고 언급했다.
◆ 이번엔 진짜?=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사망설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는 공식 성명을 24일 (한국시간) 발표했다. 빈 라덴 행방을 추적해온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과 파키스탄 내무장관 등도 그의 사망설은 단지 추정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이번 정보 문건이 빈 라덴에 대해 가장 많은 정보를 갖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나왔다는 점을 알자지라 방송은 지적했다.
알아라비야 방송은 "이달 들어 미국과 파키스탄 간 테러세력 소탕을 놓고 이견이 발생한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최근 파키스탄이 테러세력 소탕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을 요구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0일 "빈 라덴의 소재가 파악되면 파키스탄에 병력을 즉각 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 도대체 어디에=지난해 10월 파키스탄 대지진 당시 빈 라덴이 사망했다는 주장 등 그의 사망설은 이미 여러 차례 제기돼 왔다. 하지만 아직 확인된 것도 없고 빈 라덴의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아프가니스탄 산악지대, 그리고 최근에는 파키스탄 북부에 은신 중일 것이라는 추측만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에 제기된 사망 또는 중병설의 진위를 확인하기는 그리 간단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중동권에서는 이미 빈 라덴의 사망설이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최고의 정보력과 첨단무기를 가진 미국의 포위망을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2004년 10월 공개된 비디오 테이프에서 모습을 보인 뒤 알카에다의 제2인자 아이만 알자와히리가 더 나서고 있다는 점도 그의 사망설을 부추기고 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