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리에 이름을 올렸지만 우울한 이영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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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튼햄 핫스퍼 '초롱이' 이영표의 출전은 과연 가능할 것인가.

유감스럽게도 선발 출장의 전망은 그리 밝은 편이 아니다.

최근 벤치에 앉아 있는 시간이 점차 길어지고 있는 이영표는 오는 23일 오후 8시45분(이하 한국시간) 리버풀 앤필드 스타디움에서 펼쳐질 리버풀 원정전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경쟁자 아소-에코토 역시 함께 포함됐다.

당연한 얘기지만 파스칼 심봉다도 리버풀 원정에 참여하게 돼 혹시나 기대한 오른쪽 풀백 출전도 어려운 상태다.

마틴 욜 감독은 22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수비라인에 만족한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번 시즌 EPL과 UEFA컵 등에서 토튼햄이 구축한 포백 수비진은 에코토-레들리 킹-도슨-심봉다가 도맡고 있다. 이영표는 리그 초반 오른쪽에서 잠시 뛰더니 어느 새 모습을 감춰버렸다.

최악의 상황이다. AS로마 이적이 불발되면서 이영표의 입지에도 대단한 변화가 생긴 것이다. 이영표 이적을 염두에 두고 심봉다 영입을 추진했던 구단 상층부에서 '괘씸죄'를 적용했다는 후문도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다.

게다가 더욱 부담이 되는 것은 에코토와 심봉다의 실력이 생각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점이다.

흑인 특유의 탄력과 리드미컬한 템포를 내세워 본업인 수비는 물론, 오버래핑을 통한 공격가담까지 전천후로 대단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또 날카로운 크로스와 발군의 슈팅 능력까지 지녀 욜 감독은 항상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다.

전체적인 분위기를 볼 때 현재로선 이영표의 출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욜 감독은 애초에 "에코토와 심봉다를 영입하며 우리는 더욱 강한 수비진을 갖췄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에코토 홀로 38경기에 달하는 EPL과 10경기 가량 자웅을 겨뤄야 하는 UEFA컵을 포함해 칼링컵, FA컵 등을 모두 소화하기는 불가능하다.

결국 이영표에게도 출전의 기회는 분명 주어질 수밖에 없다. 다만 시기가 문제일 뿐이다.

지난 시즌 폭발적인 활약으로 국내 축구팬들의 밤잠을 앗아갔던 이영표가 또 한번 행복한 고민을 안겨주는 그 순간은 언제가 될 지, 안타까운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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