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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특별법 시행 2년, 미아리 집창촌 "홍등은 사라졌지만…"

중앙일보

입력

"요즘 누가 미아리 찾아와, 안마시술소나 휴게텔 같은데 가지"

미아리 집창촌(일명 미아리 텍사스촌) 한 포주의 한숨 섞인 푸념이다.

22일 새벽 서울 성북구 미아리 텍사스촌 거리는 과거의 명성(?)이 무색할 정도로 사람들의 발길이 뜸했고 차라리 고요하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였다.

가끔 이곳을 지나는 남자가 생기면 갑자기 어디서 나타났는지 많은 호객여성들이 손님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2년 전만 해도 이곳은 300개가 넘는 업소와 1200여명의 성매매 여성들이 밤새 홍등불 아래 술취한 손님들과 더불어 휘청거리던 대표적인 집창촌이었다.

분명히 옛 호시절은 지나간 듯 보였다. 성매매 특별법과 재개발 사업이라는 현안이 맞물려 많은 업주들이 사업을 접고 이곳을 떠나 현재는 100여개 업소와 약 400명의 성매매 여성들만이 텍사스촌을 지키며 깊은 시름에 빠져있었다.

아직 남아있는 업소들은 좁은 골목길에 다닥다닥 붙어 홍등불은 어디 갔는지 온데 간데 없고, 검정색 커튼으로 영업장을 가린 채 어둠만이 과거의 찬란한 모습을 대신했다.

한 호객여성은 "성매매특별법인가 뭔가 때문에 우리 미아리 사람들 밥 굶어 죽게 생겼어요"라며 깊게 담배연기를 내뿜었다.

오는 23일은 성매매 근절을 위해 제정된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 2주년. 경찰은 2주기에 맞춰 집창촌에 대한 집중단속을 벌이고 있으며 이곳 텍사스촌 주변에는 사복을 입은 경찰들이 수시로 순찰을 돌려 성매매가 이뤄지지 않도록 감시하고 있다.

홍등은 사라졌지만 영업은 계속.

텍사스촌에서 성매매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성매매는 이뤄지고 있다. 2~3명의 남성들이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어느 곳이 가격이 저렴한지 흥정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는가 하면 간간히 외국인 손님들도 여러 업소를 기웃거리는 모습도 보였다.

한 호객여성은 "가격은 6만원인데 언제든지 흥정이 가능하고, 맥주 등을 무료로 제공한다"며 "가뜩이나 지나가는 사람도 없는데 이렇게 하지 않으면 손님을 끌어들일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또 "그놈의 재개발 때문에 길어야 2년6개월 정도밖에 장사할 수 없는데, 가뜩이나 성매매 뭔가 하는 법이 만들어져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떠났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성매매업소의 영업을 관리한다는 A씨(34)는 "요즘 단속이 심해지고 있고 사복경찰들이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기 때문에 검정색 커튼으로 업소를 가려 영업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며 "많은 업소들이 이런 식으로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영업관리자는 "성매매 특별법이 시행되기 전에는 오후 9시부터 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모습을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이곳으로 이동하는 사람 자체를 볼 수 없다"며 "요즘 하루에 손님 1~2명 받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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