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통합 「희망사항」/평민ㆍ민주 협상채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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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명분에 밀려 “일단 만나보자”/낙관 비관 엇갈려… 민연추 진로가 변수
야권통합을 위해 평민ㆍ민주(가칭)양당의 대표단이 구성돼 25일께부터 정식 협상을 개시하게 됨으로써 양당 통합논의의 향방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평민당은 민주당측과의 협상에 대비해 8명의 추진위원을 임명,협상안을 준비하고 있고 민주당도 곧 협상대표단 인선을 마무리 할 예정이다.
평민당은 특히 그간 당지도부의 경계ㆍ비난속에 서명까지 결행했던 통합파의원을 실무위에 상당수 포함시키는 등 적극적인 자세로 전환,기대를 높이고 있다.
통합논의가 이처럼 부각되고 종전의 비관일변도 전망에서 벗어나게 된 것은 여론의 강력한 비판과 지원을 인식한 양측 지도부의 태도전환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여론에 떼밀리다시피 통합논의에 나서는 양측 모두 복잡한 정치적 계산을 하고 있는 게 사실이나 평민ㆍ민주 통합론자들의 막후접촉을 통한 행동통일이 큰 압력요인이었다.
평민ㆍ민주통합추진파들은 21일 모임에서 『행동통일을 다짐하는 서명을 하자』는 제의까지 나올 정도로 양측 모두에 강력한 추진의지를 보였다.
결국 민주당은 「선창당 후통합」에서 「창당ㆍ통합 병행추진」으로 선회했고 「선창당 후통합」을 빌미로 전당대회를 강행하려던 평민당도 대회의 무기연기를 선언했었다.
통합논의에 비판적이던 김대중평민당총재도 『통합은 어떤 일이 있어도 성사돼야 한다』는 당위론을 개진하면서 『모든 것을 협의하자』고 민주당측에 공식제의하게 된 것이다.
이 「모든 것」에는 통합의 걸림돌로 얘기되던 김총재의 2선후퇴를 포함한 거취문제 및 당대당 통합,지분문제가 망라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민주당측도 김총재의 2선후퇴는 비현실적임을 인정하고 있어 나머지 부분만 타결되면 외견상 큰 장애는 없는 것처럼 보인다.
평민당이 아직 공식협상에서 카드를 제시하지는 않았으나 집단지도체제로의 전환,당명개칭 등이 포함될 게 확실하다.
이렇게 보면 통합의 성사가능성은 아주 놓은 것으로 여겨지는데 현실과 반드시 일치하는 게 아니다.
통합논의에 대한 시각차이가 가장 큰 문제다.
평민당 일각에서는 결국 통합은 희망사항일 뿐 당장은 시간낭비이며 자칫 야당분열만 가져올 것이라는 시각이 도사리고 있다.
또 그 당위성에 미루어 하긴 하더라도 총선이 임박해서나 시도하는 게 타당하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쪽에는 입지의 취약성때문에 더 큰 의구심과 경계심이 깔려 있다.
특히 김총재가 「창당작업을 잠시 멈춰달라」고 한 것은 말로만 민주당을 상대로 인정하면서 실제는 흡수하겠다는 계락이라는 풀이다.
과거 김총재와 함께 당을 했던 인사들은 자칫하다가는 김총재의 술수와 또 한번 넘어가 창당도 못하고 흐지부지 주저앉을지 모른다면서 최소한 창당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총재가 『정치적으로는 당대당이지만 법적으로는 아니다』 는 것도 그러하고 『우리는 성의를 다 했으니 민주당도 합리적 태도로 나와달라』고 한 것등도 책임전가를 위한 포석이라는 주장이다.
김총재가 한쪽으로 통합얘기를 하면서 다른 쪽으로 재야세력 영입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는 것도 민주당과의 통합의 명분을 줄이겠다는 의도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처럼 비관ㆍ낙관이 얽히고 있는 가운데 양측 통합론자들은 당내외에 대한 설득과 막후접촉을 강화하고 있다.
평민당서명파의원들은 어차피 평민당이 주류가 될 것이라는 말로 내부를 다독거리면서 일방 비호남권의 상당부분은 민주당 몫일텐데 지분에 집착하지 말라고 민주당을 회유하고 있다. 또 민주당의 박찬종ㆍ이철ㆍ장석화의원 등은 통합의 불가피성ㆍ세대교체 등을 강조하며 김대중총재 2선후퇴를 집요하게 주장하는 이기택창당준비위원장을 설득중이다.
평민ㆍ민주의 통합협상과 병행추진 될 민연추와의 통합논의도 주요한 관심거리다.
평민당은 실무대표를 4명씩 2개조로 하여 협상을 벌이되 결렬의 경우에 대비,당내의 평민연을 21일 결성된 국민연합에 참가시켜 고리를 걸어두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노무현의원이 평민당과만의 통합은 진정한 야권통합이 아니라며 평민 4,민주 4,재야 2의 지분에 의한 통합론을 제기하고 있는데 민연추측도 보수정당에 대한 불신과 혐오증으로 의견이 양분돼 결단을 못내리고 있다.
각기 두 갈래로 나뉘어 진행될 통합논의는 제도권내의 평민ㆍ민주 통합이 우선의 관심사가 될 것이지만 당위론 못지않은 현실적 장애요인도 상당해 전망을 속단하기 어렵다.<김현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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