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총리 "국정불안은 盧·측근·정부 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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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 한나라당 박종근 의원은 마이크를 잡자마자 고건 총리를 향해 다짜고짜 물었다. "오늘의 불안한 사태는 과연 누구의 책임인가. 노무현 대통령인가, 집권세력인가, 아니면 국회.야당.언론인가."

그런데 전혀 예상치 않았던 답변이 高총리에게서 나왔다.

"盧대통령과 측근과 정부의 책임이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하루종일 야당 의원들의 집중포화를 노련하게 비켜가던 高총리의 답변치곤 뜻밖이다. 그는 지난 17일 민주당 함승희 의원이 "국정 혼란의 근본 원인은 왜곡된 盧대통령의 국정철학과 코드인사로 대변되는 파행인사 등 두가지다. 총리도 같은 생각이냐"고 물었을 때 노타임으로 "아니다. 비록 지금 어려움을 겪고는 있지만 외부의 여러 복합적 요인 때문일 뿐 참여정부는 위기 극복을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라고 답했다.

최근 高총리의 행보는 주목 대상이다. 한 참모는 "대통령을 제대로 보필하지 못한 데 대해 정말로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장관들에게도 종종 '이럴 때일수록 힘을 내자'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의원들의 추궁에 당당히 답하는 건 물론이고 목소리도 종종 높이고 논쟁하면서 얼굴을 붉히기도 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야당이 책임총리제를 주장하는 것과 관련해 "딴 맘을 품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보인다. 여기까지는 아니더라도 "대통령이 재신임되든, 불신임되든 스스로 물러날 것으로 판단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박신홍 기자
사진=장문기 기자<chang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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