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밖에 없는 모두의 지구(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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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들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가 생존하는데 필수적인 공기와 물과 자양을 제공하는 원천이라 해서 지구를 「어머니 지구」라고 경칭하기도 한다. 모태와 다름 없는 지구의 자연환경이 인간들이 쏟아내놓는 각종 공해에 의해 파괴되고 쇠잔해 가는 것을 방지하자는 뜻으로 제정된 「세계지구의 날」이 22일로 꼭 20돌을 맞는다.
18세기 중반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이래 구미제국의 경제체제는 생산과 소비를 극대화하는 성장위주정책으로 일관했고,20세기 들어서는 세계 모든 국가가 잇따라 성장과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 결과 지구생태계의 환경파괴라는 심각한 대가를 치르게 되었다. 공장과 차량에서 내뿜는 화석연료의 연소가스는 대기를 더럽히고,공장에서 나온 산업폐기물과 대량살포된 농약및 화학비료는 토양과 하천을 오염시키고 있다. 소비욕구와 편의는 충족됐으나 그 대신 생명을 위협하는 각종 공해가 암처럼 우리 삶속에 깊숙히 자리를 점해버린 것이다.
원자력의 발견에 의해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값싸게 얻을 수는 있게 됐으나 그대신 방사능의 위험이라는 공포에 짓눌리는 신세에 빠져있다.
이런 각종 공해는 그 피해가 해당 지역이나 국가에 한정되지 않고 인접 국가,또는 전지구적인 범위로 확산되는데에 문제의 심각성은 가중된다. 대기오염은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오존층을 파괴함으로써 인류를 피부암의 위험에 노출시키고,이른바 지구의 「온실화 현상」을 일으켜 기상이변은 물론 해안도시를 수몰시킬 것이라는 경고마저 나오고 있다.
소련 체르노빌 핵발전소의 폭발사고는 방사능의 피해가 얼마나 무섭고 확산력을 갖는가를 의심의 여지없이 입증했다. 열대국가의 토지개발과 벌채의 남발은 지상의 생명체가 숨쉴 산소의 충분한 공급 마저 위협하고 수많은 동식물을 멸종시켜 인간의 질병정복에 유용한 자연물질의 감소를 초래하고 있다. 생활쓰레기와 산업폐기물에 의해 오염된 산하는 식수를 더럽히고 대양에 까지 유해물질을 운반하여 수중생물을 몰살시키는 일도 드물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물질적 풍요와 향락의 대가는 이처럼 너무 엄청나고 파괴적이다.
위기에 처해있는 지구환경문제는 환경론자들의 잇단 경고와 함께 세계 도처에서 정치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서독에서 시작된 녹색당은 전유럽에서 급격히 세력이 확대되고 있고,우리나라에서도 창당준비중에 있을 만큼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과 경각심이 높아가고 있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이들 환경론자들은 지금같은 성장과 소비추세가 지속된다면 멀지않은 장래에 자원이 고갈되고 공해가 심해져 지구의 수용력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인구증가 억제와 공해통제,자원의 재순환및 성장우선정책에 질적 방향전환이 없으면 21세기말께 지구는 멸망을 면치 못하게 될 것이라는 불길한 예언을 한다.
그러나 기술지향주의적 성장론자들은 태초에 하느님이 아담에게 에덴동산을 돌보게 하면서 『이 동산에 있는 나무열매는 무엇이든지 따먹어라』고 했다는 구약성서 창세기편까지 들먹이며 인간의 자연지배행위의 정당성을 주장한다. 자연을 공략하여 성취한 기술과 물질소비에 인류발전의 주된 지표로 보는 것이다. 과학기술의 발달이 환경을 파괴한다해도 이는 과학을 더욱 폭넓게 발달시킴으로써 조절할 수 있다는 논리다.
환경보호를 위해 성장을 후퇴시키자는 환경지상주의적 생태론자들은 이상론에 치우친 감이 있지만 성장주의자들이 기술맹신사상도 현재 공해의 심각성에 비추어 비현실적 자만에 빠져있음이 분명하다. 현시점에서 가장 현실적인 대응은 공해에 의한 환경파괴를 극소화하기 위해 자원의 소비를 절약하고 자원의 재순환활용으로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삶의 새로운 스타일을 익히는 일이 절실하다.
또 환경파괴는 모든 인류가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란 인식을 바탕으로 교육을 통해 물질만능주의적 기존 가치체계를 「정신에 충실한 삶」이라는 새로운 가치관으로 재정립해야 한다.
스무번째 세계지구의 날을 맞아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각국에서는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진다. 이런 범지구적 행사를 통해 모든 지구인들은 각자의 생활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지구환경파괴가 자신과 자신의 후손에게 얼마나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는가를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게 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인간의 무한한 물질적 탐욕이 지구상의 생명을 멸망시킬수도 있다는 엄청난 가능성 앞에서 적어도 이날 하루만이라도 모두 고개 숙여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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