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센, 이글거리는 눈으로 이글 샷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3면

6번 홀에서 이글을 잡은 구센이 갤러리에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KPGA제공]

"장타 비결? 세게 때리고 똑바로 날아가길 바랄 뿐이다."

세계 최장타자 버바 웟슨(미국)의 철학은 '쉽게, 재미있게'였다.

21일 천안 우정힐스 골프장(파 71)에서 열린 코오롱-하나은행 한국오픈 1라운드에서 그는 "복잡하게 생각하면 골프가 잘 안 된다"고 말했다. 18번 (파5, 561야드)홀에서 무려 365야드를 날려 장타를 과시했지만 꼼꼼한 성격은 아니었다. 어프로치샷이나 퍼팅도 핀 쪽을 한두 번 둘러본 후 툭툭 쳤다. 컨디션이 괜찮으면 좋은 결과가 나오겠지만 정교하지는 않았다. 연습라운드에서 티샷을 핀 2㎝에 붙여 이글을 잡았던 파4 6번 홀(330야드)에서 웟슨은 티샷을 그린 옆 러프에 떨어뜨렸으나 칩샷은 터무니없이 짧았고 2퍼트로 파를 했다. 15m 거리에서 3타를 쳤다. 4언더파로 공동 7위에 올랐지만 쇼트게임이 정교했다면 타수를 더 줄일 수 있었다.

레티프 구센(남아공)은 달랐다. 구센은 6번 홀에서 티샷이 그린을 넘어갔다. 구센은 그린에 올라가 발로 거리를 재고 매 같은 눈으로 경사를 살폈다. 15m 칩샷은 그대로 홀에 빨려들어가 이글을 잡았다. 구센은 포커페이스다. 골프계에서 가장 차가운 신사로 통한다. 말도 없고 표정도 없다. 2004년 US 오픈에서 우승할 때와 최종라운드를 선두로 출발했다가 81타를 치며 무너졌던 이듬해 US오픈에서의 표정이 똑같았을 정도다. 구센은 이글 1개, 버디 4개를 잡아 6언더파 65타로 양용은(게이지디자인)과 함께 공동 선두에 올랐다. 손가락 부상으로 5개월을 쉬고 나온 나상욱(엘로드)은 2오버파로 중하위권으로 처졌다.

천안=성호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