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뒤 전쟁에 나간 위과가 진(秦)의 장수 두회에게 쫓길 때였다. 갑자기 두회의 말이 풀에 걸려 넘어지는 바람에 위과가 공을 세울 수 있었다. 위과의 꿈에 조희의 아버지 혼백이 나타나 "풀을 묶어 딸을 살려준 은혜를 갚은 것"이라고 말했다. 결초보은(結草報恩)의 고사다.
요즘으로 치면 그 풀은 일종의 부비트랩(booby trap)이다. 인계철선(trip wire)을 건드리면 수류탄이나 지뢰가 터지기도 하고, 죽창 함정에 빠지기도 하는 무기다. 고약한 것은 적뿐 아니라 아군, 무고한 민간인까지 희생시킨다는 점이다. 심지어 자기가 판 함정에 빠지기도 한다.
인계철선에는 '파괴' 외에 '경보' 기능도 있다. 게오르규의 '잠수함 속 토끼'가 그런 역할을 한다. 산소에 민감한 토끼가 잠수함 속 산소 부족을 미리 경고하는 것이다. 이라크 주둔 미군이 키운 병아리도 비슷하다. 독가스에 약한 병아리가 비실댈 때 바로 방독면을 쓰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
300만 개가 넘는 대인지뢰가 묻혀 있는 휴전선에 또 하나의 인계철선 역할을 해온 것이 미군이다. 북한의 남침로에 배치돼 전쟁이 나면 자동 개입하게 되는 경보장치다. 그러나 미2사단이 한강 이남으로 옮기면서 그 역할은 끝이 났다. 그렇다고 미군이 완전히 빠진 건 아니다. 평택.오산의 미군기지는 북한 노동미사일의 첫 번째 목표다.
이때 인계철선이란 표현은 미군의 희생을 전제로 한다. 미국인에게 기분 좋은 말이 아니다. 그래서 미 국방부는 그런 표현을 쓰지 말라고 부탁까지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미국 의회 지도자들에게 한국의 보수파가 "미 2사단을 인계철선으로 이용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진정한 친구는 그러면 안 된다는 훈계도 했단다. 한반도 안보에는 한.미 양국의 이익이 걸려 있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희생하는 관계가 아니다.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어도 자기 국민을 희생물로 이용한다는 말은 고약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김진국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