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임정 15년간 「한국인정보」날짜별 수록/독립운동사료 불서 발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당시 불영사관서 작성 본국보고/“객관성 높아 연구에 획기적 자료”
【파리=배명복특파원】 상해임시정부에 관한 기존의 연구자체를 완전히 뒤집어 놓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이는 획기적인 역사자료가 최근 프랑스에서 대량으로 발견 돼 주목을 끌고 있다.
파리에서 남서쪽으로 3백㎞쯤 떨어진 낭트시에 있는 프랑스 외무부 문서보관소에서 재불한국인학자 이옥씨(61ㆍ파리7대학 한국학주임교수)에 의해 우연히 발견된 이들 자료에는 상해임정기간인 1918년부터 1933년까지 15년간 중국 상해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한국인들에 관한 각종 정보가 날짜순으로 상세하게 기록돼 있어 상해임시정부시절의 독립운동사연구에 있어 결정적인 자료가 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당시 상해임시정부가 속해있던 프랑스 조계를 관할하던 프랑스 영사관이 작성,본국 외무부로 보낸 것으로 보이는 1천여페이지 분량의 방대한 자료에는 ▲한국인이 관련된 각종 공사의 재판기록 ▲한국인 관련 사건의 경찰조서 ▲프랑스 조계내에서의 한국인문제처리를 위한 일본과의 협상내용등이 불어로 번역돼 실려있는 것을 비롯,현지에 거주하던 수많은 한국인들에 대한 각종 신상정보도 실려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교수와 함께 지난달 12일 자료를 처음 발견한 유학생 박인제씨(32ㆍ파리7대학 박사과정)에 따르면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문서보관소에 흩어져 있는 자료를 훑어보던 중 이 자료를 발견하게 됐다』면서 『자료가 워낙 방대해 전체내용을 밝혀내려면 앞으로도 적지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재 폴란드 바르샤바대학에서 열리고 있는 구주한국학학회에 참석중인 이교수는 낭트시에 있는 외무부 문서보관소에 이번에 발견된 자료 전체의 사본제작을 요청,이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한편 이교수와 함께 폴란드에 머물고 있는 박영석국사편찬위원장은 20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그동안 일본측 자료나 일부 관계자 증언등 2차적이고 주관적인 자료를 토대로 수행돼온 상해임시정부에 관한 연구가 이번 자료발굴로 완전히 처음부터 새로 시작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며 『그럴 경우 기존의 연구자체가 완전히 뒤집힐 수도 있다』고 놀라움과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박위원장은 『이번에 발견된 자료는 상해임시정부와 관련된 최초의 1차적이고 객관적인 자료라는 점에서 사료적 가치가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박위원장은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이기도 한 이교수로부터 얼마전 이 소식을 전해들었다』며 귀국길에 이교수와 함께 낭트시에 들러 직접 자료검증을 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