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 여당 맞아?…국민투표·파병 등 청와대와 엇박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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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 여당'을 자임한 통합신당이 정체성 혼란에 빠져 있다. 주요 현안에서 청와대와 이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이라크 파병 문제다. 신당은 21일 이라크 파병과 관련, 정부 분위기와 다른 쪽으로 당론을 모아갔다.

신당이 이날 의총에서 내린 결론은 "이라크의 평화.재건 지원에 참여한다는 원칙에는 동의하지만 전투병 위주의 파병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당초 '파병 반대'기류가 강했던 것에 비해 다소 누그러진 것이지만 이미 파병 결정을 내린 정부에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김부겸 원내부총무는 이날 "항간에 전투병 파병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에 대해 우려한다"며 "이 같은 얘기를 해 본질을 호도하면 문책을 요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면서 오히려 정부 내 파병론자들을 압박했다.

이와 관련, 김근태 원내대표도 지난 18일 정부가 파병 방침을 밝힌 후 "스스로 정신적 여당이라고 자임한 신당과 아무런 사전 의논없이 결정한 것은 참으로 유감"이라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했었다.

신당 의원들의 면면이나 이념성향을 보면 이 같은 파병 반대 주장이 자연스러운 측면도 있다. 그러나 "여당이 취할 태도는 아니다"는 지적도 많다. 무엇보다 한나라당이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에 대해 공세를 취할 빌미를 주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盧대통령의 구체적인 파병 방침이 정해지고, 이에 대해 신당이 입장을 정리한 뒤에 당론을 정하겠다"고 신당에 공을 넘기고 있기도 하다. 결국 신당의 이 같은 입장 정리로 盧대통령이 국회에 "신속히 파병 동의안을 통과시켜 달라"고 요청하기가 난감해지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우선 신당부터 설득하라"고 요구할 것은 뻔하다.

신당은 최근 청와대의 인적 쇄신을 요구하는 등 야당 못지 않은 공세적 태도를 보이고 있기도 하다.

김원기 주비위원장은 지난 20일 기자들과의 오찬에서 "이라크 파병을 당과 상의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일"이라며 "대통령이 앞으로 중요한 문제는 당과 긴밀하게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신당과 소속 의원들의 독자 행보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며 "여당 맞아?"라는 이야기도 계속 듣게 될 것 같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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