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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상담-치료 전문기관 아쉽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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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난 13일 술만 취하면 상습적으로 어머니를 폭행하는 아버지를 보다못한 어린 3남매가 야구방망이등으로 아버지를 살해한 사건과 더불어 가족폭행이 사회문제로 제기돼 국내에서도 선진국과 같은 정부차원의 대처방안이 시급히 요청되고 있다.
최근에는 남편이 아내를 폭행하거나 배우자간에 사소한 시비 끝에 살인을 저지르는 일까지 자주 일어나 가족간 폭행이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가정내의 폭행에 대해 고려병원 이시형박사(신경정신과)는 『핵가족의 위험성이 그대로 노출된 현상이며 요즈음 사회분위기가 가정폭력적으로 흐르고 있는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가정내에 할아버지·할머니등 어른들이 있거나 유교적인 가르침에 주의를 기울이면 이같은 살벌한 사건이 줄어들수도 있으나 가정의 윤리·도덕이 파괴되면서 끔찍한 사건이 자주 일어난다는 것이다.
『미국·일본등 선진국에서는 정신보건센터·정신건강센터등 사회적인 상담과 치료를 위한 정부차원의 기관을 두고 있어 우리나라도 이같은 정부의대 처 방안이 시급하다』고 이박사는 강조했다.
이박사에 따르면 선진국에서는 아내 또는 그외의 가족이 식구들로부터 폭행당할 경우 이같은 기관에 피신해있을 수도 있으며 사전에 이런 기관의 정신의학자나 심리학자들과의 상담을 통해 문제점을 해결할 수도 있다.
선진국에서는 이같은 폭력가정을 위험가정 또는 결손가정으로 취급, 이웃주민이 경찰에 고발하거나 사회 혹은 정부가 특별관리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가정의 자녀에 대해서는 초·중학교에서 정신건강을 수시로 체크, 종합적 진단을 통해 사고를 예방하는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 사건의 경우 『초·중학교의 상담실만 효과적으로 활용됐던들 이런 비극은 예방할수도 있었을것』이라고 진단한 이박사는 학교 상담실외에 우선 아파트등 집단 주거지역부터라도 이런 문제에 대한 자체기구설립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양대의대 김이영박사(신경정신과)는 가족폭력에 대해 『어릴때부터 부모에게 많이 맞고 자라거나 아버지로부터 매맞는 어머니를 자주 보아온 자녀들이 후에 가족폭행을 일삼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통계치에 나와 있다』고 지적했다.
김박사는 『이런 현상은 교육의 정도와 상관관계가 적어 박사·의사·고위 관직자등 사회저명인사중에서도 흔히 볼수 있다』고 말했다.
김박사는 또 『내성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중 사회로부터 낙오됐다는 생각이 깊어질수록 흔히 술의 힘을 빌려 힘없는 가족들을 폭행하는 수도 많다』고 지적하고 『이번 경우 그런 비정상적인 사람이 가정에만 버려져 있었다는 것이 비극의 원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외국에서는 술만 취하면 의처증이나 정신병적인 증상을 보이는 사람은 병원치료 대상 환자로 인정, 전문치료를 받게한뒤 퇴원후에도 일정기간 정기방문치료를 해주는등 사회가 어버이 노릇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의 경우 이런 사람들을 강제로 입원시킬 법적근거가 없을뿐더러 입원에 필요한 경비등 재원조달시책도 전혀 없는 형편.
김박사는 『매맞는 아내나 가족들이 아예 주눅이 들어 대들지 못하는 것도 가족폭행의 빈도와 강도가 점점 커지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했다.
이에대해 표병태변호사는『우리나라에서는 부부간의 폭행은 가정내 문제로 흐지부지 넘어가기 때문에 폭행이 더욱 습관적으로 발전한다』고 지적하고 『국내법상 이혼청구서를 제출한 다음에야 고소등 법적절차를 밟게 돼있는 것도 방해요소』라고 밝혔다. <이기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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