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의 시대(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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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새로운 세기는 「창조의 시대」라고 말한다. 문명비평가들은 과학기술의 발전단계를 세가지로 나눈다.
첫 단계는 기원전 3천년 무렵부터 시작된 농업시대. 그후 5천년동안 지루하고 긴시간이 지나 18세기후반 공업시대가 개막되었다. 산업혁명이 몰고온 변화였다. 이 시대의 특징은 물질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것이다. 물질의 대량생산을 위해 노동의 분업화,전문화,표준화,대규모화가 이루어졌다.
공업시대가 연출된지 불과 2백년만에 우리는 지금 정보의 시대를 경험하고 있다. 오늘의 컴퓨터 문명은 정보시대의 산물이다.
이제 눈앞에 다가온 21세기는 정보의 시대를 넘어 창조의 시대가 예고되고 있다.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은 풍부한 정보 속에서 욕구의 고도화,개성화,다양화를 요구하고 있다. 새로운 가치를 중요시한다는 뜻이다.
일본은 이미 창조시대에 대비한 연구개발,상품개발,시스팀개발,사업개발에 활발한 투자를 시작했다. 일본의 강점은 바로 이와같은 시대의 조류를 놓치지 않는데 있다.
일본에서 기술혁신(이노베이션)이라는 말이 정부의 공식문서에 처음 사용된 것은 1956년 경제백서에서였다.
전후 부흥이 대충 마무리되었다고 판단한 순간, 일본정부는 기술혁신에 눈을 돌렸다.
자원없는 나라에서 경제를 살리는 길은 새로운 시장을 찾는 방법밖에 없다고 믿었다. 바로 그 시장개척의 필수조건으로 기술개발에 착안한 것이다.
1950년대에 일본은 이미 1천건이 넘는 외국기술을 도입했다. 그후 60년대에 5천9백건,70년대는 1만건을 휠씬 넘었다. 지금은 외국기술 도입은 물론 자체기술을 팔아먹는 상황이 되었다.
일본은 기초과학이 중요한 것을 알면서도 우선 외국 기술을 들여와 일본의 응용기술로 요리해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 내는 전략을 실천했다. 얄밉고 약삭빠른 짓이지만 일본은 도덕군자에 만족하지 않았다.
1970년대 석유 위기때만해도 그렇다. 일본은 재빨리 에너지를 적게 사용하는 기술개발에 나서서 결국 오늘의 반도체 선도국이 되지 않았는가. 미래를 내다보는 국가적인 통찰력,기업의 순발력,국민의 공동체의식이 문제다.
우리는 지금 기술개발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모르지 않을텐데 정부나 기업, 국민들은 다른데만 신경쓰고 있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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