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 경영권 외국인 손에…LG, 인수 실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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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2위 유선전화 회사인 하나로통신의 경영권이 뉴브리지-AIG 컨소시엄에 넘어간다.

국가 기간산업인 통신사업이 외국인 투자가에게 인수되기는 처음이다. 이에 따라 통신업계는 '토종'(KT와 SKT)과 '외산'(하나로) 간의 경쟁 등으로 재편되고, 하나로통신 경영권 인수에 실패한 LG그룹은 통신사업(LG텔레콤.데이콤.파워콤)을 전면 재조정하게 될 전망이다.

하나로통신은 21일 경기도 일산 본사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AIG-뉴브리지 컨소시엄이 제시한 11억달러 규모 외자 유치안이 참석 주식 2억4천여만주(전체 주식의 87%) 중 1억7천여만주(75.6%)의 찬성으로 통과됐다고 밝혔다.

이날 표결에서 2대 주주 삼성(8.49%)과 3대 주주 SK(5.5%)가 찬성했고, 1대 주주(지분율 18.03%)인 LG그룹은 반대했으나 67%에 달하는 소액주주와 외국인 주주들이 대거 찬성표를 던져 안건이 가결 조건(참석 지분의 66.6%)을 넘었다.

이날 가결된 외자 유치안은 주당 최저가 3천2백원에 보통주 1억8천여만주를 신규 발행, 이를 뉴브리지 컨소시엄이 전량 인수하는 내용이다.

뉴브리지 컨소시엄은 신주 인수 후 1대 주주(39.6%)로 하나로통신을 경영하게 되고 LG와 삼성.SK는 지분율이 각각 10.69%와 5.1%, 3.3%로 낮아진다.

하나로통신 입장에서는 이달 안에 11억달러의 외자가 들어와 단기 부채 3천억원에 대한 유동성 부족 문제를 해결하게 됐다. 하나로통신 윤창번 사장은 "유동성 위기도 해결되고, 운영자금도 넉넉해져 유선전화 및 초고속 인터넷 사업을 대폭 강화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반면 LG는 하나로통신 경영권을 장악해 LG텔레콤.데이콤.파워콤 등 관련 계열사들과 묶어 통신사업을 강화한다는 전략에 차질을 빚게 됐다. LG 측은 "주총에서 위임장 진위 여부 등 공정성 및 적법성 등에 문제가 있어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며 "유.무선 통합서비스와 방송.통신 융합 서비스 등 새로운 종합정보통신 사업에 중점을 두고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원호.권혁주 기자
사진=임현동 기자<hyundong30@joongang.co.kr>

<사진설명>
하나로통신이 뉴브리지-AIG 컨소시엄과 체결한 11억달러 규모의 외자 유치안이 21일 경기도 고양 본사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최종 승인되자 투자자들이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고양=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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