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브라질 음악의 대부 멘데스 첫 내한 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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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잇따른 공연 취소와 흥행 부진으로 우울한 여름을 보낸 공연계에 세르지우 멘데스의 내한 소식은 한 줄기 단비와도 같다. 그는 음악 하나로 팝의 본고장 미국에서 40년 이상 활약해 온 당대의 거장이다. 안토니우 카를로스 조빙과 거의 비슷한 시기에 미국에 진출한 그는 아예 미국에 거주하며 활동한, '포스트-조빙 세대의 선두주자'다.

초기에는 팝과 재즈 히트곡을 보사노바로 재해석,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그는 보사노바의 그늘에 안주하지 않고 60년대 중반부터 팝 음악의 르네상스를 직접 체험하며 미국 현지화된 브라질 음악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또 자신이 자리를 잡은 뒤에는 에두 로부를 비롯한 여러 브라질 뮤지션의 미국 진출을 도왔다. 그의 이런 행보는 보사노바 이후 브라질 음악이 계속해 사랑을 받는 데 큰 공헌을 했다.

현재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는 라운지 음악에 그의 영향이 적지 않은 이유도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인위적 복고'를 추구하는 라운지 음악에 그의 음악은 나른한 낭만과 향수를 불어넣는 훌륭한 양념이기 때문이다. 올 봄 큰 히트를 기록한 'Timeless'앨범에서 힙합을 수용한 대목은 멘데스의 지혜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이미 브라질에선 삼바와 힙합을 혼합한 시도가 큰 인기를 얻었으며, 쿠바에서도 '아프로-힙합'이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아프로-아메리칸과 아프로-쿠반, 아프로-브라질리안 리듬은 서부 아프리카에서 강제로 끌려온 요루바 부족의 영향이 짙게 배어있기 때문에 서로 잘 섞인다는 사실을 그는 꿰뚫어 보고 있었다.

이번 내한 공연(24일.연세대 대강당)에서는 'Mas Que Nada(마스 키 나다: 더할 나위 없다)'를 비롯해 'Look Of Love''Fool On The Hill' 같은 대표곡을 선보일 예정이다. 래퍼가 함께 내한한다고 하니 싱싱하고 탄력 넘치는 최근 곡들부터 달콤하기 그지없는 보사노바까지 다양한 메뉴를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그의 공연은 올 여름 로스 반반, 고란 브레고비치로 이어진 월드뮤직 공연의 대미를 장식하는 화룡점정이다.

<송기철.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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