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기름값 떨어져 좋다는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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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배럴당 77 달러를 오르내렸던 서부텍사스중질유(WTI) 값이 최근 한달만에 20%이상 떨어지면서 유가를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결합증권(DLS) 등 관련 상품 투자자들이 냉가슴을 앓고 있다. 지난해 설정됐던 유가 관련 DLS들은 유가 상승 덕에 모두 두자리대 수익률로 조기상환됐지만 요즘엔 원금 손실마저 걱정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5월 30일에 설정된 우리투자증권의 우리 DLS 14호는 WTI 선물지수가 15%이상 빠지지 않으면 연 12% 수익률로 조기상환되는 구조지만 벌써 14%가 빠져 조기상환이 불투명하다. 지수가 40% 이상 하락하지 않으면 원금은 보장되지만 최근의 급락 추세가 이어질 경우 그마저 안심하기 어렵다는 얘기도 나온다. 유가가 상대적으로 낮을때 발행됐던 우리 DLS 4호와 5호가 올 4월 각각 14%와 10.6% 수익률로 조기상환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증권사의 DLS에 투자하는 DLS펀드도 형편은 비슷하다. 5월 2일 설정한 한국운용의 '한국 골드조기상환 원유지수 3단위 파생상품투자신탁 K-1'는 6개월마다 WTI지수가 설정일 지수보다 높으면 연 12.5% 수익률로 조기상환된다. 그러나 설정일에 74.61달러이던 유가가 20일 현재 61.66달러로 곤두박질해 조기상환이 불투명해졌다. 이처럼 유가가 올 최고점을 찍었던 4월 이후에 설정된 'PCA오일블러섬파생상품'이나 '미래에셋맵스슈퍼오일지수연계파생상품''Pru오일지수연계파생상품'등은 모두 비슷한 상황이다.

유가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도 고전중이긴 마찬가지다. 메릴린치의 월드 에너지펀드의 최근 1개월 수익률은 -8.2%, 뉴에어지 펀드의 3개월 수익률도 0.98%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실물을 기초자산으로 한 DLS나 DLS 펀드 등은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자산의 일부만 분산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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