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탐방!중견기업] 진성티이씨…건설 중장비업계의 삼성전자라 불리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사진=조용철 기자]

경쟁이 치열한 세계 중장비 업체엔 좀체 깨지지 않는 불문율이 있다. 경쟁사끼리는 서로 다른 회사의 부품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한 부품 회사 것을 쓰다간 성수기 때 물량이 달려 부품 공급에 차질이 생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불문율을 깬 회사가 '진성티이씨'다. 이 회사는 캐터필러.히타치.고마쓰 등 세계 3대 중장비 제조사 모두에 납품한다. 주 생산품은 건설 중장비에 들어가는 롤러.플로팅 실 등이다. 매출의 70% 이상을 수출을 통해 벌어들인다. 우리나라에서보다 해외에서 더 알아주는 회사다. 환율이 급락해 많은 우리 기업이 고전한다는 요즘도 쏟아지는 주문을 다 받지 못할 정도다.

회사는 창업주 윤우석(64) 회장의 고집스러운 근성과 오기에서 출발했다. 1960년대 후반 서울대 공대 출신의 공병부대 소대장으로 복무하던 윤 회장은 화천댐 공사 현장을 진두 지휘하면서 굴착기.불도저의 잦은 고장에 속을 태웠다. 고장의 원인은 롤러와 플로팅 실 때문이었다. 롤러는 탱크의 바퀴 같은 것이고 플로팅 실은 롤러 안에 들어가는 부품. 이 부품들이 수십t에 달하는 중장비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걸핏하면 망가진 것이었다. 부대원들과 함께 전국을 수소문해 괜찮다는 부품을 구했지만 얼마 못 가 고장 나기는 마찬가지였다.

젊은 윤 회장의 가슴엔 언젠가 내 손으로 제대로 된 부품을 만들겠다는 오기가 끓어올랐다. 그는 제대 후 상업은행에서 약 5년간 근무하며 기업 재무 분야를 배운 뒤 창업에 나섰다. 75년 서울 문래동에 '신생산업사'라는 회사를 차려 직접 쇳물을 끓여 제품을 만들었다. 당시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롤러와 플로팅 실을 하나하나 뜯어보면서 제품의 장단점을 분석했다. 처음엔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지만 "우리가 생산을 멈추면 세계 건설 산업도 마비되는 제품을 만들겠다"는 호기로 제품 생산에만 매달렸다.

그 후 30년. 문래동의 작은 공장은 세계 20여 개국에 수출하는 세계적인 중장비 부품 회사로 컸다. 이 회사 마영진(50.사진) 사장은 "세계 최고의 제품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30년간 한 우물을 판 것이 성장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 박정근 스몰캡 팀장과 함께 회사를 둘러봤다.

글=손해용 <hysohn@joongang.co.kr>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