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분규7개월 끝이안보인다/“극한”으로 치달은 세종대사태(해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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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학생참여 배제한 재단측 총장선임이 불씨/직선총장 징계회부등 양측 감정대립 심화
7개월째 「한대학 두총장」문제로 진통을 겪어온 세종대가 업무방해등 혐의로 학생51명을 고발한데이어 15일 학생들의 전면수업거부에 맞서 무기한 임시휴업에 들어감에 따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못한채 극한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세종대는 이번 휴업조치와 함께 경찰에 고발한 51명중 주동학생과 교수협의회 주도교수들에 대한 중징계가 거론되고 있어 후유증이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학교측은 특히 학생들의 교내출입을 막기위해 경찰에 공권력투입을 요청해 놓고있어 학생들과의 정면 충돌이 우려되고 있다.
◇발단=이번 사태는 재단측의 일방적인 총장선임이 불씨가 됐다.
재단은 지난해 9월 총장은 학생·교직원노조의 동의를 거쳐 전체교수회의에서 직접 선출한다는 학생들과의 합의사항을 무시한채 박홍구교수(54·식품영양)를 선임했다.
박총장의 취임식과 교내출입을 막는등 학생들의 거센 반발에 부닥친 박총장은 세종호텔에서 취임식을 갖고 이곳에서 지금까지 업무를 처리하고있어 「호텔총장」이란 오명을 들어왔다.
교수들도 10월초 직접투표를 통해 오영숙교수(51·여·영문)를 선출,재단측에 정면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과정=학생회등은 이어 박총장을 상대로 법원에 총장직무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냈다가 기각당하면서 학교-학생 양자간의 대립은 감정싸움으로 번지게됐다.
이들의 첫 충돌은 올 2월초에 있었던 졸업식.
학생들이 박총장이 참석하는 졸업식을 거부하고 나서자 학교측이 졸업식을 취소해버렸다.
학생들도 오교수만 참석한 가운데 자체「민주졸업식」을 가져 대학사상 처음으로 학위수여식이 없는 졸업식을 치렀다.
신학기에 들어 등록금동결을 요구하는 학생들은 12%인상을 결정한 학교측에 반발해 별도로 고지서를 발부하고 수납창구를 개설,1천여명으로부터 등록금을 받았었다.
학교측은 이에 지난달 15일 학생들이 거둬들인 등록금 5억8천만원에 대해 서울지법동부지원에 가압류신청을 내 받아들여졌다.
학교측은 또 오교수를 징계위원회에 회부,출두할것을 요구했으나 오교수가 이를 거부하자 25일 궐석으로 징계위를 강행해 오교수를 해임할 방침을 세워놓고있다.
학생들도 이에맞서 13일 박총장퇴진과 오교수의 승인등을 요구하며 전면수업거부에 나서며 교내 사무실 집기를 부수고 농성에 들어갔다.
학교측도 14일 서울동부경찰서에 학생51명을 업무방해와 재물손괴등 혐의로 고발하는등 강경 일변도로 대응해오다 학생들이 없는 일요일을 틈타 휴업을 공고해버렸다.
◇전망=학생들은 주영하이사장(77)과 부인 최옥자명예총장(73)이 권력을 등에 업고 학교인사등에서 전횡을 일삼으며 학교를 족벌화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학교측도 재단의 고유권한인 인사권에 학생들이 참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학생들의 요구를 묵살해왔다.
세종대사태가 이같이 극한상황까지 오게 된것은 학교-학생 양측을 중재할만한 사람이나 기구가 없다는 것이 커다란 문제점.
교수협의회가 있으나 양측으로부터 신망을 받는 사람이 없고 학생들에게 끌려다니는 입장인데다 교수들이 「만일의 사태」를 우려,몸을 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동문회도 다른 대학과 달리 79년부터 수도여사대에서 남녀공학으로 바뀌는 바람에 취약해 중재할만한 기구가 되지못하는 실정.
이번 사태의 당사자인 오교수는 『문교부가 관권중재라는 악수를 피하기위해서라도 우선 대화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공권력개입이란 자충수를 피하기 위해서는 양측이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일에서부터 사태의 실마리를 찾야야 할 것이다.<고대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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