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집 고쳐 되팔기」도 대학 강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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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미 펜실베이니아 대 경영학과는 교수·학생이 낡은 가옥을 인수, 수리해서 되파는 주택사업을 교육과목으로 설정, 실물경제를 가르치고 있다.
이는 투기목적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경영방법을 몸으로 체득케 하기 위한 것으로 공부도하고 돈도 버는 다목적 교육방법이다.
이 대학에서 창조적 경영학(CREATIVE MANAGEMENT)을 가르치는 윌리엄 주커 교수는 필라델피아 근교의 사람이 살지 않는 폐 가옥을 인수해 학생들과 힘을 합쳐 이를 수리하고, 또 매각했다.
주커 교수는 이 폐 가옥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집주인과 흥정하는 방법을, 수리과정에서 각종 자재의 구입 및 인부 또는 사람 쓰는 법 등을, 판매과정에서 광고와 흥정하는 방법, 그리고 이 같은 폐 가옥 수리를 통한 주택재개발 등 사회기여 및 생산성에 미치는 전 과정을 몸으로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주커 교수는『로마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은 것처럼 주택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학생들에게 직접 체험토록 하기 위해서』라고 그의 새로운 교육방법의 목적을 설명하고 있다.
주커 교수는 이 방법은 또한 일종의 사회악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주커 교수의 제자 20명은 주택개발과정에서 건물구매계약이나 바닥디자인 등 건축에 관한 모든 것을 전문가들로부터 미리 강의 받는다.
이 내용은 모두 리포트로 써서 제출해야 한다. 학생들은 또 1주일에 6시간은 학교측이 직접 구입, 개조해 판매하는 주택개조사업에 참여해야 한다.
지금까지 이러한 방식으로 개조된 집은 두 채. 지난달에는 대학캠퍼스에서 10블록 떨어진 웨스트 필라델피아소재 주택재개발 사업을 세 번째로 시작했다.
매입에서 최종판매까지는 통상 1년이 소요된다.
88년 부동산개발업자들로부터 3만5천 달러의 보조금을 받아 착수한 이 교육 겸 사업은「조직의 역동 학」이란 이름으로 불리는 이 대학 부설 기술과학대학원의「다중학문프로그램」의 일환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펜실베이니아대의 건축과나 기계공학과출신이거나 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학위를 이수한 학생들이다.
기술적인 작업을 제외하곤 시간강사가 주택개조의 전 과정을 지도하면서 이러한 소규모 작업에서 얻어지는 지식이 어떻게 대형플랜트에도 적용되는가를 설명한다.
시간강사 보덱씨는 펜실베이니아 대에서 경제학 학사학위를 받은 강사로 현재 필라델피아에서 직접 주택개량사업에 종사하고 있다.
펜실베이니아 대는 사우스 필라델피아에서 이러한 주택개량방법으로 막 개조사업을 마친 주택을 시중가격보다 훨씬 저렴한 3만5천 달러에 매물로 내놓았는데 이 주택개량사업에는 모두 4만2천 달러가 투입됐다.
주커 교수는 다른 대학들도 이러한 방법을 도입, 학교 주변주거환경을 개선함으로써 공공사업 적인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유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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