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그룹 24시] 신도리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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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국내 대표적 사무기기 업체인 신도리코는 내년 초 '환경경영'을 표방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최근 환경경영 프로젝트팀을 구성하고 우석형(49)회장이 이를 직접 챙기고 있다.

이 회사가 추진 중인 '환경경영'은 단순히 공장을 깨끗이 하자는 뜻이 아니다. 제품 생산에서부터 물류.회계 등에 이르기까지 경영 전반을 글로벌 기준에 맞게 투명하게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작업이다.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이 회사의 직원들은 생산직이나 사무직 구별없이 하얀색 근무복을 입고 있다. 얼핏 보면 병원 분위기가 난다. 우회장은 "하얀 색은 깨끗하다는 뜻을 넘어 부끄럼없이 일을 하는 마음가짐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지난해 작고한 이 회사 우상기 창업주는 생전에 "세금을 많이 내야 나라에 이바지하는 것이다. 납세 문제에 대해선 한 점의 의혹도 남기지 말라"고 강조했다.

우회장은 이 같은 선친의 유지를 이어 회사의 역량을 투명경영과 인재육성에 집중하고 있다. 회장이 매달 각 부서의 사원대표를 대상으로 경영 설명회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여러 회계 장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산시스템이 갖췄다. 이 덕에 연말 결산도 3일 안에 끝낸다. 정기 세무조사를 받을 때는 우회장이 국세청 조사팀을 직접 만나 "우리 회사가 잘못 운영되는 것이 있으면 찾아 달라"고 말한다.

우 창업주는 대표적인 개성상인이다. 1960년 창업 이래 한번도 은행 돈을 안 썼고 어음도 발행하지 않아 지금까지 무차입 경영을 유지하고 있다. 사무기기의 소모품인 복사지 등도 만들었기 때문에 제지업에 진출하겠다는 욕심을 가질 만도 했지만 사무기기사업 외에는 한눈을 팔지 않았다. 또 그는 창업 이래 우회장을 제외하곤 친인척들의 경영 참여를 불허했다. 창업주의 2남(우자형.46)은 일찌감치 독립했다.

신도리코는 임원회의를 상무회(常務會)라고 부른다. 회장과 각 사업부 본부장들이 만나 경영현안을 다루는 모임으로 운용되고 있다. 그룹의 대표적 전문경영인으론 손낙훈.표희선 부사장을 꼽을 수 있다. 관리.기획.영업본부를 관장하는 손 부사장은 재무분야에 밝아 그룹의 살림을 책임진다. 표 부사장은 생산본부.기술연구소.해외사업을 총괄한다. 사장 자리는 공석이다.

신도리코는 창업 이후 한번도 인위적인 감원을 하지 않았다. 우회장은 신입사원을 뽑을 때 직접 면접을 하고 입사 서류를 집으로 들고가 훑어 본다. 그래서 우회장은 일반 사원 이름을 거의 대부분 왼다. 필요하면 과장이나 대리 등 초급간부를 회장실로 불러 얘기를 듣기도 한다.

그는 "일단 채용한 사람은 회사가 책임져야 한다. 잘못되면 회사 책임"이라는 지론을 갖고 있다. 우수 인력은 1년 안팎의 중.단기 해외연수를 보내고 입사 7년차 사원은 예외없이 선진업체 견학을 한다. 임직원(1천2백명)의 10%는 늘 해외에 나가 있다. 영업 인력만을 위한 기술교육센터를 성수동 기술연구소 바로 옆에 짓고 있다.

신도리코는 독자 개발한 복사기와 레이저프린터 등을 세계적인 사무기기 공급업체인 렉스마크.리코에 납품하고 있다. 신도리코는 이를 '글로벌 분업'이라고 설명한다. 우회장은 이와 관련해 "가격과 품질이 좋으면 사업기회는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최근 수출 주문이 많은 올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30%가량 많은 6천2백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사무기기 내수시장에선 복합 디지털 사무기기인 '디지웍스'와 레이저프린터' 블랙풋' 등을 내세워 선두권을 지키고 있다.

고윤희 기자
사진=임현동 기자<hyundong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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