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한 시아버지 당당한 며느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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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라는 옛말도 있지만 시아버지와의 갈등으로 속앓이 하는 며느리가 늘고 있다고 동아일보가 20일 보도했다. 특히 퇴직 이후 사회와 담을 쌓다시피 한 시아버지가 과거의 관념에 사로잡혀 있어 가족관계에만 신경을 쓰다 보면 이런 현상이 벌어지기 쉽다는 것. 종교 활동이나 동창회 등을 하며 시대 정보에 빠른 시어머니들과는 대조적이다.

좋은 가정 만들기 연구소 문은주 소장은 "예전엔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갈등인 고부갈등이 많았는데 요즘엔 10건의 상담 가운데 4, 5건이 시아버지와 며느리, 장모와 사위의 갈등"이라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혼 후 재혼한 시아버지의 등장도 며느리에겐 새로운 변화다. 시아버지가 새 부인과 사랑에 빠져 며느리에게 '희생'을 요구하기도 한다. 서울 반포동에 사는 이모(여.37) 씨는 "시아버지가 재혼하면서 손자 명의로 만들어 준 저축 통장을 달라고 했을 때는 많이 서운했다"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시아버지-며느리의 갈등이 늘어난 것은 며느리들이 과거보다 당당해졌기 때문이다. 한국가정경영연구소 강학중 소장은 "고학력에 경제력을 갖춘 며느리들은 옛날처럼 죽어지내지 않는다"며 "며느리는 변했는데 시아버지는 그대로이니 갈등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모와 사위의 갈등도 새로운 양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자녀 양육 등으로 인한 처가살이가 갈등을 낳기도 한다. 송파구 잠실에 사는 회사원 정모(37) 씨는 "아내보다 '레벨'이 높지 않아 결혼 승낙 받을 때도 장모는 못마땅해 했다"면서 "사위에게 대놓고 잔소리를 하거나 불만을 드러내는 장모에게 서운한 게 많다"고 말했다.

맞벌이하면서 4년째 처가살이하는 최모(35)씨는 "아이들이 외가 식구만 따르고 친가 식구에 대면대면하는 경우가 많다"며"친가보다 처가의 경조사를 먼저 챙기는 자신을 발견할 때 서러울 때가 있다"고 말했다. 신문은 한국 노인의 전화 강병만 사무국장을 인용,"참고 지내느라 드러나지 않았던 일들이 자기주장이 강한 시대이다 보니 드러나는 것일 뿐 시댁이나 처가 관계에서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가족도 많다"며 "다만 시아버지에게는 변한 시대를 받아들이라고 충고해 주고 장모에게는 사위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고 기(氣)를 살려주는 게 딸을 행복하게 해 주는 일이라고 말씀드린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디지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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