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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6명 전기 공급 위해 12억 쓴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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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여섯 명에게 전기를 쓰게 하기 위해 무려 12억원을 쓴다.

여수시와 한국전력 전남지사는 여수시 남면 소횡간도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6월부터 이 섬에 높이 55m의 철탑, 인근 대횡간도에 각각 120m와 35m 짜리 철탑의 기초공사를 진행 중이다.

현재 육지에서 대횡간도(인구 74가구 192명)까지 들어가는 전기를 1.3㎞ 떨어진 소횡간도까지 연장 공급하기 위해서다.

한전은 11월 말까지 공사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이 공사에 들어가는 국.도.시비는 약 12억원에 이르지만,수혜자의 수는 아주 적다.

소횡간도는 면적이 2만4000여평에 불과한 섬. 주민등록상 인구는 6가구 8명이지만,실제로 사는 사람은 3가구 6명뿐이다. 이들은 현재 하루 4 ̄5시간안팎만 기름으로 발전기를 돌려 전깃불을 켜고 있다.

주민 서일순(59)씨는 "전기가 들어오면 냉장고도 사용할 수 있는 등 생활이 편리해지게 돼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환경단체는 이 전기공사를 반대하며, 다른 방법의 전기 공급을 주장하고 있다.

대형 철탑과 선로가 자연경관을 해치고, 섬 환경을 훼손한다는 게 이유다.

한국 섬 살리기 운동본부의 이재언 본부장은 "인구가 극소수인 소횡간도가 세월이 흘러 무인도로 바뀌면 철탑과 전주가 흉물이 될 것"이라며 "공사를 중단하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또 에너지시민연대는 김일주 사무국장은 "철탑 공사는 해양을 발전 방향의 테마로 삼고 있는 여수시의 정책방향과도 어긋난다"며 "태양광 등을 활용한 신.재생 전기 공급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여수시는 소횡간도 주민 6명도 대한민국 사람이고, 환경도 중요하지만 그들이 인간답게 살 권리도 존중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시는 바다 밑에 케이블을 까는 방법도 검토해 봤지만 사업비가 35억원이나 들기 때문에 철탑 및 선로 설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여수시 도서배랄사업소 측은 "태양광을 활용한 발전은 전기가 약해 전깃불을 켜는 정도로밖에 못 쓰는 한계가 있다"며 "육지에서 양질의 전기가 공급되면, 소횡간도 주민들이 가두리양식장 등에서도 모터 등을 쓸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여수=이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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