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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ㆍ중국인/박병석 전홍콩특파원의 「대륙기행」: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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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월급 18,000원의 「보통사람들」/12평 아파트 월세 9백만원선/TVㆍ세탁기ㆍ냉장고ㆍ녹음기ㆍ사진기등이 「신육건」
중국 보통사람들(노백성)의 생활수준이 어느 정도인가를 한국과 비교하기란 쉽지않다.
88년 봄부터 많은 한국인들이 중국을 방문했으나 이들이 느낀 한 중 양국간 경제수준이나 보통사람들의 생활수준을 비교하는 말을 들어보면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어떤 이들은 중국이 한국보다 20∼30년은 뒤졌다고하고 어떤 사람들은 10년 내라고도 한다.
1인당 국민소득으로 치자면 한국이 중국의 약12배쯤(88년 기준,중국 3백44달러ㆍ한국 4천40달러)되지만 GNP를 산출하는 방식도 다르거니와 물가수준도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
따라서 1인당 GNP에 의한 단순 비교로 양국 국민간 생활의 질을 재는 척도로 삼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한국에서는 부동산ㆍ주식ㆍ은행예금등이 부를 가늠하는 기준이 되지만 사회주의 중국에서는 부동산은 모두 국가 소유이며,증권시장은 전무상태나 다름없고 은행예금 또한 변변치 못하다.
중국인들은 가전제품을 중심으로한 내구소비재로 생활수준을 가늠하는 것이 보편적이며 나름대로 타당성을 갖는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간한 89년판 『중국통계연감』은 내구성소비재 조사 품목으로 재봉틀ㆍ손목시계ㆍ자건거ㆍ선풍기ㆍ세탁기ㆍ냉장고ㆍTV(흑백포함)ㆍ녹음기ㆍ라디오ㆍ카메라를 열거하고 있다<표참조>. 표에서 보는 것처럼 그 보급률도 무척 낮은 수준이지만 한국의 기준에서 본다면 손목시계ㆍ라디오 등 일부 품목은 이미 조사대상에서 제외된지 오래려니와 상당수 품목이 「내구성」보다는 「소비재」화된 것 들이다.
○농촌인 10% 빈곤층
중국이 개방정책을 실시한 79년이후 국민들의 소득수준도 많이 향상되면서 생활의 질도 높아지고 있으며 중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재산목록의 변화는 그들의 수준을 보여준다.
70년대말까지만해도 재봉틀ㆍ손목시계ㆍ라디오등이 인기 품목이었으나 최근에는 이들은 「노사건」이라 부르는 대신 TVㆍ세탁기ㆍ냉장고ㆍ녹음기ㆍ사진기등 「신육건」으로 대체됐다.
북경ㆍ상해등 생활수준이 높은 대도시의 대학교수,중견 기자등의 집을 여러곳 방문해보면 14인치 정도의 컬러TVㆍ소형냉장고ㆍ라디오등이 눈에 띄었으나 지방으로 내려가면 흑백TV나 라디오가 주요한 가전제품인 것이 대부분이다.
중국당국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농촌 인구의 대다수가 배불리 먹는 「온포」문제는 해결』(65%)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공식통계에 따르더라도 8억 농촌인구중 10%남짓은 아직 먹는 문제도 해결치못한 빈곤층으로 남아있다.
○낙후지역 개방금지
최근 대학생을 비롯한 각계각층이 연수단등으로 방중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고 지난해에만 1만2천여명의 한국인이 중국을 다녀왔다.
그러나 방중 한국인들이 대부분 북경ㆍ상해ㆍ서안등 대도시를 찾고 수준있는 호텔에서 투숙하고 있는데 이렇게 해서는 중국에 대한 편견을 갖기 쉽다.
중국은 외국인들이 방문할 수 있는 지역을 개방지역으로 지정해 놓고 있으며 군사지역이나 낙후된 지역은 아직도 외국인의 방문을 금하고 있다.
월평균 수입이 1백20원(한화 약1만8천원)인 중국의 도시 근로자들은 한달 월급을 몽땅 털어 넣어도 하루 숙박비가 1백달러(약7만원)를 웃도는 고급호텔은 물론ㆍ한국인들이 투숙하는 호텔중 저렴한 호텔의 하루 숙박비도 낼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여행객으로 잠깐 중국을 다녀와 「중국 실정」을 얘기하는 한국인들을 중국의 한국 전문가들이 『중국호텔 전문가』라고 비아냥거리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레저개념 아직 없어
그러나 도시의 보통 중국인들은 1백20원으로 먹고 입고 질의 차이는 있지만 가전제품등도 장만하며 큰 불편을 느끼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
남녀평등을 강조해온 그들은 절대 다수의 부인들도 직장을 다녀 부부가 버는데다 우리와 비교하면 특히 대부분의 주택은 정부나 직장이 제공하는 것으로 임대료가 엄청나게 싼 편이다. 대도시의 경우 방2개에 12평 정도의 아파트 월세가 6원(약9백원)쯤이니 평균 임금의 5%수준인 셈이나 1인당 평균 주거면적은 2.5평쯤 된다.
우리 기준으로 보면 의복등 농ㆍ공산품도 질이 낮은 대신 값도 엄청나게 싼 편이며 쌀값은 우리의 6분의1 수준이다.
출ㆍ퇴근등 교통수단은 자전거가 대부분이니 교통비도 들지않고 레저개념이 아직 보편화되지 않아 휴일에는 도시락을 싸 갖고 공원등에 놀러가는 정도에 있다.
개혁ㆍ개방정책실시 이후 개인장사를 허용하면서 「만원호」(부자라는 의미)가 된 사람들도 있어 매스컴에도 많이 소개되지만 이들은 특수한 소수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월급 1백20원의 도시 근로자나 먹는 것을 해결했을 정도의 8억 농민들이 오늘의 보통 사람들인 것이다.
□중국 100인기준 가전품 보급률(중국통계연감자료)
78년 85년 88년
재봉틀 3.5 9.4 11.8
손목시계 8.5 34.5 47.0
자전거 7.7 21.4 30.4
선풍기 1.0 6.1 13.4
세탁기 ‥‥ 2.9 6.8
냉장고 ‥‥ 0.4 1.8
T V 0.3 6.7 13.2
녹음기 0.2 3.5 8.3
라디오 7.8 23.1 23.9
사진기 0.5 1.1 1.7
□88년 현재 한국의 가전제품 보급률(단위 가구당)
▲선풍기 97% ▲세탁기 49% ▲냉장고 86% ▲TV 93% ▲사진기 65% ▲라디오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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