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아줌마] 왜 구두가 움직이는 예술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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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MADE IN ITALY'.

패션에 있어서 이 말의 파워는 엄청나다. 요즘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말로 하자면 '대단한 포스'다. 프랑스의 파리, 미국의 뉴욕과 함께 세계 3대 패션 도시인 밀라노가 위치한 곳이니만큼 지구촌 사람들에게 '메이드 인 이탈리아'는 신뢰의 상징이다.

패션 분야 중 이탈리아의 최고 강점은 가죽 제품이고, 그중 구두는 거의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이탈리아 구두의 대명사로 불리는 '살바토레 페라가모'는 구두에 문외한이라도 한번쯤은 들어봤음직한 걸출한 브랜드 아니던가.

이런 이탈리아 구두의 과거와 현재를 한번에 볼 수 있는 뜻 깊은(구두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주한 이탈리아 대사관과 주한이탈리아 문화원이 현대백화점과 함께 '걷는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현대백화점 본점(9월 1~9일)에 이어 무역점(9월 12~24일), 목동점(10월 9~20일)에서 일반인들에게 5세기에 걸친 이탈리아 구두의 참모습을 소개하는 행사다.

전시회장을 찾았다. 유서 깊은 역사를 지닌 구두의 실물과 함께 현재 세계 구두의 유행을 주도하는 브랜드들의 신발이 전시돼 있었다. 역시 가장 눈길이 가는 구두는 '로시모다'라는 기업이 생산하는 첨단 패션 신발들. 이번 전시회의 후원사이기도 한 로시모다는 세계 최대 명품 그룹인 프랑스 LVMH 그룹의 일원으로 LVMH 산하 브랜드인 크리스티앙 라크르와, 에밀리오 푸치, 셀린느, 마크 제이콥스 등 쟁쟁한 패션 브랜드의 신발을 생산하고 있는 회사다.

구두에 관심이 있는 여성들이라면 이런 전시회를 보면서 얼마나 가슴이 떨릴까? 미국의 한 드라마 영향 때문인지는 몰라도 요샌 한국 여성들도 예쁜 구두라면 정신을 못 차린다. 구두만 수천 켤레를 소유하고 있었다는 전 필리핀 대통령 마르코스의 부인인 이멜다까지는 아닐지라도 전 세계 여성들에게 아름다운 구두는 선망의 대상이 아닌가.

구두의 나라 이탈리아에서 이번 전시회를 위해 방한한 큐레이터 루치아노 칼로소는 "구두는 여성의 치마 길이가 짧아지면서 화려한 액세서리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며 설명을 시작했다. 하기야 남성들은 긴 바지를 주로 입기 때문에 기껏해야 신발의 앞 코 정도만 보일 터. 그렇지만 치마, 특히 미니스커트까지 입는 여성들에겐 훤히 드러나는 발을 장식해야 할 필요성이 더 클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는 사견임을 전제로 이런 분석을 내놨다. "옷은 한번 입으면 몸에 그대로 걸쳐놓은 상태, 즉 정지된 상태죠. 그렇지만 신발은 다릅니다. 사람이 걷는 만큼 신발도 계속 움직이는 거죠. 그래서 아름다운 구두는 움직이는 예술이라고 부를 만한 거죠. 물론 이성의 관심을 더 끌 수도 있고요."

조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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