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 내 상가 '묻지마 투자' 주의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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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단지 내 상가 투자주의보가 내려졌다. 주택.토지에 대한 규제 강화로 부동산 투자 자금이 비교적 안전한 투자처로 꼽히는 단지 내 상가에 쏠리면서 투자자들이 높은 가격에 상가를 낙찰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7월 초 실시된 경기도 화성 동탄신도시 아이파크 아파트 단지 내 상가 공개 입찰에는 투자자들이 몰려 최고 30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며 내정가(업체가 정한 분양가)의 두 배 정도인 평당 최고 7500만원에 팔렸다.

롯데건설이 최근 역시 동탄신도시 롯데캐슬 아파트 단지 내 상가를 공개 입찰한 결과 평균 경쟁률 30대 1, 평균 낙찰가율 178%에 팔렸다. 특히 1층 상가는 내정가의 두 배 수준인 10억110만원(평당 6927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또 최근 치러진 경기도 양주 덕정2지구 4블록의 주공아파트 단지 내 상가 입찰 결과 평균 낙찰가율이 160%에 이르렀다. 업체 측의 내정가보다 1.6배 비싸게 써내 낙찰됐다는 얘기다.

상가뉴스레이다 선종필 사업본부장은 "근린상가나 테마상가는 경기 침체로 일부 위치 좋은 곳을 제외하고는 투자수익률이 떨어지고 있지만 단지 내 상가는 꾸준한 아파트 고정 고객 수요가 먹혀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업체들이 낙찰가를 높이기 위해 분위기를 띄우는 경우도 적지 않다. A상가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업체들이 경쟁입찰방식으로 진행되는 단지 내 상가 입찰에서 입찰장의 분위기가 열띤 것처럼 '연출'해 투자자들이 고가의 입찰가를 적어내도록 유도하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상가 전문가들은 "최근 분양되는 단지 내 상가 가격은 '적정 수준'을 훨씬 넘어섰다"며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관리비만 내다가 손해 보고 처분하는 사례가 적지 않으므로 투자 원금 대비 투자 수익률을 꼼꼼히 따져본 후 투자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국내 최고가 아파트단지로 꼽히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 단지 내 상가의 경우 상가가 형성된 지 2년이 넘었지만 아직까지 전체 10개 점포 중 6개나 비어 있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2년 전 평당 3500만원 안팎의 높은 가격에 상가를 분양받았던 투자자 중 일부가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계약금만 날리고 계약을 해지했다"고 전했다.

도곡동 도곡렉슬의 단지 내 상가도 30%가량 비어 있다. 인근 D부동산 관계자는 "점포를 분양받은 일부 투자자가 세가 나가지 않자 임대료를 20%가량 내리고 있다"고 전했다.

상가114 유영상 소장은 "보통 내정가의 150%를 넘으면 투자 수익을 올리기 어렵다"며 "단지 내 상가의 적정 투자 수익률을 연 6~7%로 잡고 있는데 예상 임대료 조사를 확실히 한 뒤에 입찰에 응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함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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