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대카드」로 내분불끄기/청와대서 「특사」파견… 민자갈등 수습기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YS “당권경쟁 오해”… 마음 돌려/박정무 「독주」폭 좁아질지 관심
김영삼최고위원의 7일 청와대회의 불참으로 내분양상으로 번진 민자당내 계파간 갈등이 수습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8일 밤 노재봉 대통령비서실장이 김최고위원의 상도동자택을 방문,장시간 면담한 자리에서 노태우대통령과 김최고위원간의 단독회동을 갖기로 함으로써 민자당내분은 조기수습쪽으로 빠르게 정리되고 있다.
예상밖으로 급속히 분위기가 진정된 배경에는 갈등이 오래 지속되면 계파 모두에 불리하다는 공감대위에 청와대와 상도동간 「모종의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유력.
○…어떤 방향으로 발전돼 갈지 알수 없던 민자당 내분이 조기수습쪽으로 흐름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이날 밤 노비서실장의 갑작스런 방문으로 이뤄진 1시간45분간의 상도동회동부터.
김최고위원은 이자리에서 창당부터 보선실패에까지 드러난 민자당의 문제점을 소상히 지적하고 청와대회의 불참이란 이제까지 여권스타일로 볼 때 이질적인 문제제기방식을 취할 수밖에 없었던 심경을 토로했다는 것.
김최고위원은 『말로는 이번 보선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하면서도 실제론 철저하고 구체적인 자기반성과 쇄신의 노력이 부족하다』며 『이점에 대한 당내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해 청와대회의에 불참했다』고 말했는데 「환기」를 위해선 충격요법을 쓸 수밖에 없었다는 자신의 상황판단을 설명했다는 것.
그는 자신의 불참이 당권경쟁등과 관련된 내분으로 비춰지고 있는 데 대해 『당혹과 함꼐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했는데 민정계쪽에서는 이를 전당대회때의 당권고지를 겨냥한 선제공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데 대한 불만표시로 관측.
○…상도동면담에서 김최고위원은 만자당의 쇄신방안과 대국민이미지 개선방안을 포괄적으로 제시했을 것으로 관측.
김최고위원은 주중 청와대 회동에서 『개혁을 통한 안정이란 통합정신 구현문제와 보선이후 자기반성,당풍쇄신방안을 협의하겠다』고 예고했는데 이날 면담에서 대체적인 윤곽을 전달,큰 테두리에서 노비서실장과 의견을 모았다는 관측.
이중 핵심인 당풍쇄신방안은 김최고위원이 강조한 『당의 기강을 바로잡겠다』 『공작정치에 문제있다』는 대목과 연결된 것으로 이는 박철언 정무1장관의 역할조정,안기부의 여권내 위상문제를 말하는 것이라는 민주계측의 설명.
상도동의 한 측근은 『지금까지 박장관이 당무에선 노대통령의 대리인,북방정책에선 정부결정조정자역,정책결정ㆍ입안에서 노대통령의 핵심참모라는 여러가지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다』고 지적하고 『민자당의 당내민주화를 박장관의 역할이 적절한 수준에서 조정되지 않고는 이룩될 수 없으며 김최고위원의 「기강확립」 대목은 박장관의 행동반경제한을 의미하는 것으로 안다』고 지적. 이에따라 김최고위원이 청와대 회동에서 어느 수위에서 박장관의 독주에 제동을 걸지가 관심인데 민주계의 또다른 의원은 『어떻든 정무장관의 위상이 재확립되는 계기가 되지않겠느냐』고 전망.
이 소식통은 지금까지 무소불위였던 박장관이 당정간 연락ㆍ조정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할 것이라고 해석.
일부에서는 박장관의 이선후퇴가 거론됐으며 이에따라 5월께 국회직조정이 있을 때 일부 개편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또 안기부의 정치행위에 대한 개입문제도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김최고위원측에서는 안기부가 김최고위원의 정치자금 조달선이니 구민정계중진소외그룹과의 접촉등에 대해 「개입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는게 민주계쪽의 얘기.
○…청와대는 오는 11,12일께 노대통령과 김최고위원간의 단독면담이 주선됨에 따라 민자당의 내분은 일단 수습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수습책이 어떤 것으로 나타날지에 대해서는 함구.
특히 김최고위원이 표면적으로는 당의 개혁정신 후퇴를 들고나오고 있으나 사실의 핵심은 박철언정무장관과의 관계에 있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어 이 문제가 어떤 식으로 결말날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
청와대의 관계자는 『김최고위원이 요구하고 있는 개혁정신의 부활,당체제정비등의 문제는 모두 바라고 있는 사안이니만큼 어려울 것이 없으나 문제는 김최고위원이 박장관의 거취에 대해 어떻게 들고 나올지가 문제』라면서 『그러나 김최고위원도 그 문제에 집착할 경우 자신에게도 결코 득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으므로 이 문제는 적나라하게 표출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
다른 관계자는 『사실 민정계의 많은 인사들도 박장관의 위치에 대해 불만이 많았던 분위기로 보아 이번을 계기로 박장관문제는 정리되는 쪽으로 가지 않겠느냐』고 전망하고 『다만 인책등을 통한 급격한 신분의 변화보다는 노대통령이 용인방법을 바꾸는 식으로 서서히 그 반응이 나타날 것으로 본다』고 분석.
김최고위원과 노비서실장의 면담에서는 주로 당내의 대화채널을 어떻게 복원할 것인가가 깊게 논의됐다는 후문.
김최고위원은 『실명제실시를 연기하면서 나에게는 단 한마디 설명도 안해주니 내가 어떻게 그같은 결정에 납득하겠느냐』면서 그동안 중요정책결정에 소외돼 온 점에 불만을 토로했다는 것.
노실장은 『지금까지 당이 자리가 잡히지 않아 비롯된 일이니만큼 앞으로는 절대 그런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면서 『김최고윈원도 여권의 수뇌이니 만큼 앞으로는 기다리지만 말고 장관이나 수석비서관들도 직접 불러 보고를 받도록 하라』고 조언.
이같은 김최고위원의 불만을 반영해 청와대는 앞으로 최고위원간의 정기협의모임등을 구상하고 정책보고등도 제도화하는 방안등을 검토중.〈문창극ㆍ박보균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