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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세대 항암요법 개발 이원영교수(일요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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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누에똥 항암제」 실용화 멀지 않다”/“바이러스 질병 막는 연구 주력/「AIDS 정복」까진 시간 걸릴듯”
80년대초부터 간염ㆍAIDS(후천성면역결핍증)ㆍ암에 관한 두드러진 연구성과로 국내외 의학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지고 있는 연세대의대 이원영교수(47ㆍ미생물학)를 그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최근 문을 연 연세대 암연구소의 「종양세포생물학부」와 「세포주은행」의 책임자(부장)인 이교수는 인터뷰요청을 한사코 사양했으나 끈질긴 설득끝에 응했다.
그는 최근 「제4세대 항암요법」으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광활성요법의 항암제개발에 성공키도 했다. 충북대농대 축산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대 보건대학원을 거쳐 미국 명문 의과대학인 존스홉킨스대 의대에서 의학이 아닌 「이학박사」학위를 받고 지난 77년부터 연세대 의대교수로 봉직해 오고 있다.
명문 의대졸업자들에겐 매우 이색 학력(?)의 소유자임에 틀림없다.
또 그는 부인 김정순 서울대 보건대학원교수(역학)와 학문적인 파이프라인을 통해 서로의 연구토양에 자양분을 주고 받는 「연구실의 잉꼬부부」로 의학계내에서 부러움을 사고 있기도 하다.
­AIDSㆍ암 등 질환이 인류를 위협하고 있어 이를 정복하기 위한 노력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는데 연세대 암연구소의 한 핵심분야의 책임자 입장에서 앞으로 연구의 중점을 어디에 두겠습니까.
▲종양바이러스와 종양세포가 전공인 만큼 「바이러스 질병의 정복」을 향한 연구가 최대목표입니다. 지금까지 기초연구도 상당히 중요했으나 환자들에게 실제적으로 당장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발전시키지 못해 안타깝고 미안했습니다.
그러나 80년부터 혼자 공부를 시작해 83년부터 7년동안에 걸쳐 아주대 연구팀과 공동연구한 끝에 실용가능한 항암요법의 실마리를 찾은 것 같습니다.
즉 누에똥에서 뽑아 찾아낸 광활성인자가 그것인데 실용화를 위한 본격개발에 삼성측이 뛰어들고 있고 연구팀도 열성적이므로 매우 희망적입니다. 한편 세포주은행은 우리팀이 국내특허를 얻은 성장호르몬생성세포,AIDS세포,각종 암세포 등 70여종을 자체연구에 활용함은 물론 국내학계에도 공급해주는 방식으로 운영할 계획입니다.
­70년대 미국유학시절 「존스홉킨스대 삼총사」로 통했던 이교수와 아주대 한보섭교수(화학과) 인하대의대 차영남교수(약리학)중 이ㆍ한교수가 이번 항암요법개발에 같은 팀을 이루어 기대가 큽니다.
▲기초의학연구는 다양한 생명과학분야의 전공자들이 합심협력해야 합니다. 이번 연구성과도 공동노력 없이는 결코 나올 수 없었습니다.
한교수가 과거에 엽록소의 원료로 누에똥을 사용했는데 결과가 괜찮더라고 한 것과 엽록소가 빛에 반응을 잘한다는 사실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연구과정에서 누에똥속에서 우리가 원하는 광활성인자(CpD)를 찾았고 이것으로 시험관시험을 해본 결과 암세포에 잘 들어가고 빛을 받으면 암을 죽이는 것을 발견한 것입니다.
­한국사회는 아무래도 학벌ㆍ학연이 중시되고 특히 의학계는 상당히 보수적인 것으로 아는데 당초 국내에서 의학전공을 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해서 연세대의대에 몸담게 됐습니까.
▲암센터 소장으로 있는 김병수박사가 77년 일할 자리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연구 할수 있는 터전을 갖게 해준 데 대해 깊이 감사를 드릴 뿐입니다.
연세대의대의 경우는 비의학전공 박사들이 약리학ㆍ생리학교실 등에 그래도 많이 있어 나름대로 기초연구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저의 경우 존스홉킨스대에서 의대과정을 포함해 7년동안 공부했습니다. 앞으로 암연구에는 특히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함께 일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23일부터 개최될 대한의학협회 학술대회에 초청된 세계생화학계의 거두인 미국의 얼 스타트맨,트레사 스타트맨박사 부부처럼 이교수도 부인 김교수와 연구에서 공조가 가능한 것으로 아는데.
▲사실 우리 부부는 어떤 의미에서 연구때문에 맺어진지도 모릅니다. 아내인 김교수는 의문나는 환자들이 발생했을때 질병의 정체와 유입경로ㆍ원인등을 알아내는 역학에 전념하고 있는데 역학이란 무릇 「범죄수사학」에 비유되는 중요분야입니다.
지난 84년 렙토스피라의 박테리아를 발견한 것과 전남 신안군에서 발생한 탄저병의 원인규명,고려병원에서 원내 감염으로 집단발생한 레지오넬라병의 규명등에서 우리 두사람이 공동대처할 수 있었던 것은 서로의 학문분야가 보완적이기 때문입니다. 아내의 역학분석이 끝나면 이를 미생물학적으로 검증하는 것이 내 책무였습니다.
­세계 최초로 거북이가 B형간염 바이러스의 숙주가 될 수 있음을 규명하고 이 바이러스를 생산하는 거북이 세포주의 배양에 성공하는 한편,AIDS바이러스를 국내 최초로 분리한 공로로 지난 86년 한국과학기자클럽이 뽑은 「올해의 과학자상」 수상자로 선정됐는데 그 뒤의 추가연구는 없었습니까.
▲거북이의 세포주는 대량생산이 힘들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연구를 계속중 입니다.
AIDS분야에서는 당장 필요한 치료약의 개발을 위해 암분야에 못지않게 힘쓰고 있습니다.
그동안 안전시설(P3)에서 바이러스를 기를 수 있는 배양시스팀을 구축했으며 길러놓은 바이러스를 표준화하는 데만 꼬박 3년이 걸렸습니다. 우리나라 AIDS환자 4명에게서 분리한 바이러스를 갖고 있으나 이것들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표준화시킨 겁니다.
아직 밝힐 단계는 아니지만 AIDS발병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역전사효소를 무력화 시키는 약물을 찾고 있습니다. 연구과정에서 어려운 점 중의 하나는 AIDS 바이러스가 「기분나쁜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이 분야를 연구하겠다고 선뜻 나서는 젊은 의학도가 적다는 사실을 지적할 수 있을 것입니다. AZT등 AIDS치료제가 개발되고 있으나 효과가 의문시되고 있으며 짧은 시일안에는 AIDS가 정복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2000년초대에나 희망을 걸수 있다고 봅니다.
­대학에서 축산학을 공부하고 보건학과 의학으로 전공을 바꾼 것은 이상하게 느껴지는데 그 동기는 무엇입니까.
▲학부과정에 지나치게 비중을 두는 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미국만해도 의학ㆍ법학ㆍ경영학등은 모두 대학원과정입니다. 미국 의대의 경우 수의학ㆍ축산학ㆍ생물학등 생물계통을 전공한 사람들에게 입학자격이 주어집니다. 저는 원래 공대에 가고 싶었으나 가정형편상 고향인 충북에서 장학금을 받고 다니기 위해 농대축산학과에 들어갔습니다. 제가 보건ㆍ의학을 하겠다는 생각을 굳힌 것은 대학 졸업반때입니다.
­앞으로 연구하는 데 장애물이 될 만한 것은 없습니까.
▲그동안 해태그룹이 매년 1억원의 암연구기금을,한국과학재단이 총1억5천만원을 대주어 목적기초연구를 하는 4개팀(유기화학ㆍ고분자화학ㆍ종양세포생물학ㆍ임상테스트)에 크게 도움이 됐습니다. 앞으로 걸림돌은 없겠지만 광활성요법의 실용화를 위해선 레이저와 단층현미경(레이저스캐닝현미경)이 있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오랜 시간 감사합니다.〈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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