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산산'의 영향으로 빗줄기가 간간이 뿌린 17일 오후 강원도 강동면 안인진리 통일공원. 휴일임에도 300여 명의 관광객이 찾았을 뿐 한산했다. 10년 전인 1996년 9월 18일 북한 잠수함이 침투, 50여 일간 국군과 무장공비 사이에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시발점이 됐던 곳임에도 관광객들은 별다른 감흥이 없는 듯 했다.
길이 35m, 폭 3.5m 의 잠수함 내.외부를 둘러보는 데 채 5분도 걸리지 않았다. 인근 안보전시관에는 당시 작전에서 노획한 소총과 권총, 각종 장비 등 120여 점이 전시됐있다.
관광객 송영희(63.여.부산 동래구 사직3동)씨는"그동안 잊고 있었는데 잠수함을 보니 당시 상황이 떠올라 섬뜩하다"며 " 남북 화해가 조성됐지만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 안보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강릉 통일공원에 전시된 북한 잠수함과 우리 해군의 퇴역한 전북함. 잠수함이 전시된 곳은 10년 전 좌초된 지점이다.
강동면 언별리 단경골 입구는 9월 19일 최초로 교전이 벌어져 국군이 공비 3명을 사살한 곳이다. 당시 작전에 참가했던 한 장교가 99년 개인적으로 세운 높이 2.4m, 폭 1.2m 크기의 '96년 단경골 대간첩작전기념비'가 있다.
이밖에 11월 5일 마지막으로 교전을 벌여 공비 2명을 사살했지만 국군도 3명이 사망한 인제군 북면 용대리에 98년 '연화동전적비'가, 강릉 정동진에는 2000년 6월 희생자 위령탑이 세워졌다.
◇당시 사람들=택시 기사로 96년 9월18일 오전 1시35분 잠수함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한 이진규(47)씨는 강릉에서 식당 주인으로 변신했다. 정부와 강릉시로부터 신고포상금 등 9000여만원과 개인택시면허.포텐샤택시를 받은 이 씨는 운전을 계속하다 5년 전 전업했다. 이 씨는 "통일공원에 안보를 체험할 수 있는 시설과 프로그램을 도입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북한 잠수함 승선자 26명 가운데 유일하게 생포된 이광수씨는 현재 해군 군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 씨는 잠수함 침투 10년을 앞둔 14일 동해지역 군부대 등에서 강연을 했다. 이 씨는 지금도 자신을 체포한 경찰관과 가끔 연락하고 지낸다.
◇추모 행사= 당시 작전에 참가해 전과를 올리거나 희생자가 발생한 공수부대 등에서는 전적비와 추모비 등을 세우고 현충일에 추모행사를 하고 있다. 국가정보원과 경찰 등 대공 관련 합동심문조는 해마다 무장공비 도주로를 답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릉=이찬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