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쟁이 세부담 증가속도 OECD 2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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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들어 3년 동안 봉급생활자들의 근로소득 관련 세금부담(연금 포함)이 늘어난 속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나라들 가운데 2번째로 빨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그동안 우리나라 봉급생활자들의 체감했던 빠른 세부담 증가가 실제 통계를 통해 확인됐다는데 의미가 있다. 특히 같은 기간 OECD 국가들 가운데 절반 가량은 오히려 봉급생활자들의 세부담이 줄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18일 OECD의 조세 데이터베이스(OECD Tax Database)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평균(연봉 2873만원) 봉급생활자들의 근로소득세와 연금 등 사회보장기여금을 포함한 세부담률은 9.9%였다. 참여정부 출범 직전인 2002년 8.9%에서 3년 만에 10분의 1 이상 높아진 셈이다.

지난해 근로소득세율이 1%포인트 인하됐음에도 불구하고 세부담률은 2004년(9.9%)에서 변화가 없었다.

같은 기간 OECD에 소속된 30개 나라 가운데 봉급생활자들의 세부담 증가률이 한국보다 컸던 나라는 멕시코 단 한 곳 뿐이었다.

OECD 국가들의 봉급생활자 평균 세부담률이 26.2%임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의 절대적인 세부담률은 여전히 낮은 편이지만, 세부담이 늘어나는 속도 만큼은 OECD 내에서 2번째로 빨랐던 셈이다.

OECD 평균을 보면 봉급생활자들의 소득대비 세부담율은 불과 100분의 2 정도 느는데 그쳤다. 미국과 독일, 일본, 핀란드 등 14개 나라는 오히려 세부담률이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의 경우 신용카드 소득공제율 인하 등 비과세·감면 축소로 인해 우리나라 봉급생활자들의 실제 세부담은 오히려 더 늘어났다.

재정경제부가 최경환 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걷힌 근로소득세는 총 5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조3000억원)보다 20.9% 증가했다.

반면 자영업자들이 대부분 부담하는 종합소득세 수입은 2조2000억원으로 4.8% 증가하는데 그쳐 근로소득세 증가율과 큰 차이를 보였다.

이와 관련, 재경부 관계자는 "명목임금이 평균 6% 정도 오르고 봉급생활자의 수도 약 2% 늘어난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10여년 동안 우리나라 전국민의 세부담 증가 속도 역시 OECD 최상위권이었다. OECD에 따르면 모든 세금과 사회보장기여금을 포함한 세부담률은 지난 2003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25.3%에 달했다.

이는 10년 전인 1993년 당시 19.0%보다 6.3%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OECD 소속 국가들 가운데 3번째로 빠른 속도였다. 터키와 아이슬란드에서만 국민부담률 상승 속도가 한국보다 빨랐다.

같은 기간 OECD 평균 세부담률은 35.7%에서 36.3%로 0.6%포인트 높아지는데 그쳤다. 전체 세부담률 역시 30개국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4개 나라는 오히려 낮아졌다.

허찬국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세부담의 급격한 증가는 소비자의 구매력을 빠르게 갉아먹어 민간소비에 부정적"이라며 "열심히 일해봐야 주머니에 남는 돈이 적어지면 근로의욕이 저하되고 경제의 활력도 떨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상황은 세율 인하와 세원 확대라는 전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세원을 넓히고 투명화하는 동시에 복지 정책은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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