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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판뒤집기 민자초상집/뚜껑열린 보선… 엇갈린 희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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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진천 야몰표 자정께 파란조짐/허탁후보,박찬종의원 병실직행 인사/대구 부정표 시비로 5시간 개표중단
진천­음성보궐선거에서 믿어지지 않는 대역전극이 일어났다.
3일 실시된 대구서갑 및 진천­음성보궐선거에서 개표가 완료된 진천­음성에서 여당이 압도하리라던 당초 예상을 완전히 뒤엎고 조직ㆍ자금에서 현격히 열세인 가칭 민주당의 허탁후보가 역전승을 거둬 『선거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는 말을 실감시켰다.
대구서갑구에서는 민자당 문희갑후보가 리드하고 있으나 압승이 어려울 것은 확실하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3당통합의 명분을 확보하려고 당력을 총집중한 민자당은 뜻밖의 참패에 침통한 표정이며 예상외로 선전,당선자까지 낸 민주당(가칭)은 환희작약하고 있어 희비가 크게 교차되고 있다.
○밤9시부터 예상 빗나가
○…여당성향이 강한 지역적 특수성으로 일찌감치 민자당 민태구후보의 낙승이 예상돼 관심밖이었던 진천­음성보궐선거는 민주당(가칭)허탁후보가 민후보의 덜미를 잡아 막판뒤집기에 성공해 일대파란.
음성군과 진천군으로 나뉘어 실시된 개표에서 3일 오후 9시10분과 9시40분쯤 음성읍 제1투표함과 진천군문백3투표함의 뚜껑이 열려 민후보가 1천7백6표와 2백8표를,허후보가 1천3백55표와 4백50표를 얻은 것으로 집계되자 양후보측은 벌써 희비가 엇갈리기 시작.
민자당측은 『4백표는 더 나왔어야 할 곳』이라며 민후보의 터밭인 음성에서 표차가 근소한 대신 1∼2%의 열세로 믿었던 진천에서 2배이상 리드당하자 불안한 기색.
이에반해 허후보측은 음성과 진천에서 모두 기대이상의 전과를 올리자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같은』 예감으로 흥분.
1천표차이 정도로 미세하나마 민후보의 우세가 계속되던 개표는 자정을 넘어서 허후보의 출생ㆍ거주지 생극면에서 2천3백표의 몰표를 얻어 8백여표를 얻은 민후보를 압도,민후보와 90표차이로 좁혀지면서 반전을 예고.
결국 4일0시30분 총투표자의 40%가 넘는 2만8천5백80표의 개표가 완료됐을때 역전되기 시작,허후보가 1만4천1백7표로 1만3천7백21표의 민후보를 3백78표차로 앞섰고 개표율 50%가 넘어선 오전1시에는 1천8백표,오전3시 개표율이 73%를 넘어서 4천6표로 승패가 점점 분명해졌다.
이같은 표차는 음성에서 민ㆍ허후보가 50.4%와 49.6%로 근소한 차이를 보인 반면 진천에서 허후보가 민후보를 2배 가까이 이겼기 때문.
○“역부족이다”한때 체념
○…민주당의 허탁후보진영은 개표당일 오전부터 음성군 46개 투표구중 반수 이상에서 참관인들이 불참하는 사태가 속출하고 음성군 소이면등지에서 대리투표 적발사례가 보고되자 『끝까지 버티기는 해야하지만 결국 역부족』이라고 한때 체념.
허후보는 개표직전 음성사무실에서 『자기들이 다 만든 투표인데 개표소에 갈 필요가 있겠냐』며 허탈한 표정을 짓다 오후9시쯤 자신의 강세가 예상된 진천지구당으로 자리를 옮겨 노무현의원ㆍ장기욱변호사와 개표상황을 체크.
민후보의 지역인 음성읍 투표 결과 최고예상득표율 40%를 5% 상회하자 당원들은 『혹시 모른다』며 조심스러운 기대를 하는 모습이었으나 허후보는 계속 침묵.
그러나 자정 가까이 음성군 생극면 득표에서 「반전」이 예감되고 4일0시30분쯤 진천군의 몰표에 힘입어 「대역전」을 하면서 당원들의 환호성이 터지고 노의원은 개표소로,허후보는 『좀더 보자』며 상기된 표정.
오전1시쯤 민후보와 격차가 점점 벌어지자 탄성을 지르는 청년당원들을 뒤로하고 부근 그랜드파크여관으로 혼자 가 휴식을 취했고 30여명의 당원들은 모여 샴페인을 터뜨리며 자축.
○허후보 울먹이며 회견
○…오전3시쯤 김광일의원,당원 30여명과 같이 음성개표소에 나온 허후보에게 민주당 참관인들이 『위원장 만세』 『허탁만세』등을 소리치자 이경민선관위원장이 『개표에 방해되니 좀 나가달라』고 주문.
허후보는 개표상황실에서 잠시 울먹이는 목소리로 기자회견.
그는 선거관계자ㆍ군청직원ㆍ경비경찰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 뒤 박찬종의원이 입원중인 순천향 음성병원으로 직행.
허후보는 박의원ㆍ김의원ㆍ입원중인 장남 권씨 등과 얼싸안고 간호원ㆍ주위환자ㆍ당원 등 50여명이 어우러져 「새벽의 축제」를 한껏 만끽.
○당선사례 성명냈다 취소
○…개표가 진행되는 동안 민자당의 지구당사무실은 『이렇게까지 될줄 몰랐다』면서 믿기지 않는다는 모습.
개표초반 음성에서 근소한 차이로 이기고 진천에서 2배이상 지자 『진천유권자의 3분의2가 넘는 진천읍을 보아야 한다. 문백ㆍ이월은 원래 취약지』라고 불길한 심사를 달래려 애썼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분위기는 침울해졌고 자정무렵 멋모르던 운동원이 승리의 축하를 위해 샴페인을 사갖고 들어오다 멀쑥해져서 슬그머니 한쪽으로 밀어 놓는등 이미 패배를 자인하는 분위기.
이바람에 오후11시 김종호선거대책본부장ㆍ민후보가 당선기자회견을 예정했다가 모두 취소.
선거대책본부 임시대변인 자격으로 음성군청개표소에서 1차개표진행 과정만을 본 뒤 오후 8시50분쯤 『3당통합으로 이룩된 정치적 기반을 바탕으로 정국안정과 경제발전을 이룩해달라는 국민들의 뜻이 그대로 반영됐다』고 성급하게 당선사례 성명을 냈던 신경식의원등 민자당당원들도 자정무렵 모두 슬그머니 자리를 떴다.
○“재개표하라” 거센 항의
○…대구서갑구의 개표는 3일 오후 11시50분쯤 평리4동4투표함 검산과정에서 1백장묶음의 백승홍후보 표가 문희갑후보 표로 둔갑된 것이 발견되면서부터 소동이 시작돼 5시간이상 개표가 중단.
백후보의 표묶음 겉지에 문희갑이라고 씌여진 것을 개표종사원과 선관위원의 확인도장이 찍인 채 검사과정에 넘겨지자 민주당(가칭)참관인과 관람인들은 『표도둑질하는 개표를 다시 하라』며 아우성.
백후보도 자정쯤 나타나 『xx들 자유당보다 못한 짓을 해』라고 펄펄 뛰며 『이 선거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고 항의.
우의형선관위원장은 선관위원들과 대책회의를 가진 뒤 『집계과정에서 개표종사원이 착오로 그런 것이니 그에 대해선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고 공개사과했는데 민주당측 참관인들은 『뭐가 착오냐』고 격분.
우위원장은 이어 『전국의 시선이 집중해 있고 이미 개표한 것도 신뢰를 않는다니 모두 다시 검표하겠다』고 약속했으나 계속 소란.
○성급한 당선자축 머쓱
○…대구서갑의 문희갑후보사무실에서는 초반개표가 진행중이던 3일 오후 9시30분쯤부터 부녀운동원들의 『당선을 미리 축하하는 것』이라며 떡ㆍ돼지고기ㆍ오징어포 등을 깡통맥주와 함께 돌리다 백승홍후보(민주당ㆍ가칭)가 1천표이내의 표차로 따라붙는데 이어 개표중단 소동이 빚어지자 착 가라앉는 분위기.
특히 4일새벽이 되면서 진천­음성에서 민태구후보의 낙선이 확정되자 크게 놀라면서 성급한 당선자축을 떨떠름해하는 표정이었는데,문후보는 당초 3일 오후 10시30분쯤으로 예정했던 기자회견도 당선자가 확정될 4일 오전으로 급히 연기.
한편 이기택창당준비위원장과 김정길ㆍ이철의원ㆍ김현규ㆍ홍사덕 전의원이 대구에,박찬종ㆍ김광일의원은 진천에 각각 내려가 투ㆍ개표를 지켜본 민주당(가칭)선거팀은 허탁후보의 당선소식에 문자그대로 희희낙락.
□보궐선거 임시취재반
ㆍ대구 서갑
이용우부장대우ㆍ김영수ㆍ김진국ㆍ노재현ㆍ고대훈기자
사진 장충종ㆍ김형수기자
ㆍ진천­음성
김현수ㆍ이재학ㆍ전영기기자
사진 주기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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