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의 집안 의식구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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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이광규교수(서울대인류학과)가 가족문제를 주제로 연구에 매달려온 세월은 20여년을 넘는다.
그 연찬의 성과를 거두어 이교수는 70년대 중반부터 『한국가족의 구조분석』『한국 가족의 사적 연구』『한국가족의 심리문제』등 「한국가족」이란 머리제목이 붙는 세권의 저서와 따로 『Kinship System in Korea』(예일대 출판부)란 영문저서를 상재해냈다.
이들 일련의 저서는 한국가족의 구조적특성, 가족제도의 현상과 역사적 연원, 고부관계등 비교적 미시적인 주제들을 다룬 것으로 「가족」을 이음쇠로 한 그의 학문적 관심이 유기적으로 심화돼간 과정을 읽게해주는 업적들이다.
이교수가 이번에 펴낸 『한국의 가족과 종족』(민음사)은 사회의 최소기초단위인 「가족」에서 그 상위개념인 친족으로 관심의 지평이 크게 넓혀졌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가족에 관한 저서를 집필하면서도 늘 친족제도에 관한 문제가 머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틈틈이 시간을 내 친족제도에 관한 논문들을 학술지에 발표했고, 마침 대우재단쪽의 위촉도 있고해서 그것들을 집성보완해 펴낸 책이 「한국의 가족과 종족」입니다.』
당초 책을 낼 심산으로 원고를 간추린것은 85년이었으나 좀더 나은 내용을 담고싶어 세차례나 전면개작에 가까운 손질을 가하다보니 이처럼 출간이 늦어졌다는 설명이다.
가족편과 종족편의 두편으로 나뉜 이번 저서의 특징은 방법적으로는 철저한 역사적 접근법에 기대면서 앞선 연구성과들을 최대한 수용하여 누구나 신뢰할수 있도록 귀납적 결론을 유도하고 있다는 점. 충실한 연구사정리를 바탕으로 가족편에서는 혼인제도에서 고부관계와 상속제도·분가제도에 이르기까지 한국 가족의 전반적 문제를 다뤘고, 종족편에서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집안」이란 뜻으로 사용하는 당내를 비롯, 문중·동족부락등을 들어 각각의 조직·기능·운용의 모습을 살폈다.
이번 저서를 내놓으면서 이???????????????????????????등을 집중적으로 연구한 끝에 지금까지 숨겨져있던 한국적메커니즘의 원리를 확인할수 있었다는 것이다.
『가령 문중에는 그 집단을 대표하는 자로 선거에 의해 선출되는 문장이 있고 종자로 이어져 내려오는 종손이 있어 이들 두 지주가 서로 협조하고 견제하며 때로는 대립하면서 어느 일방이 단독으로 권한을 독점, 극대화하는 것을 견제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견제장치는 동족부락의 유력한 양성간에도 존재하고 있었는데 중국의 공업, 일본의 동족등에서는 볼수없는 우리만의 독특한 구조라고 생각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중국·일본에 비해 개인적이며 스스로를 직계조상과 동일시하는 직선적 의식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도 이번 연구에서 확인했다고 이교수는 말한다.
『이번에 나온 책을 놓고 인류학자가 너무 전통적연구에 매달렸다, 오늘날의 사회문제를 지나치게 간과하고 있다는 비판을 많이 들었습니다. 일리는 있는 말이지만 어떤 기본원리를 찾아내는데는 역사와 전통을 철저히 캐는 자세가 더 필요하다는 제신념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해외교포들의 생활실태와 의식의 문제에도 크게 관심을 기울여 현장연구를 통해 이미 『재일한국인』『재미한국인』같은 저서도 낸바있는 이교수는 다음 작업으로 『재소한국인』을 저술한다는 계획아래 현재 문헌자료를 수집중이며 현장자료수집을 위해 오는 7월에는 직접 소련을 방문할 예정이다.

<정교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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