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 껌 버리는 사람 혼내주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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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부산 성지국교6학년 손영태군(13)을 대하고나면 아직도 우리나라의 앞날은 희망적이라는 생각이 들게한다.
지난 1년여동안 어른·형님·누나들이 거리에 함부로 버린 껌들을 떼어내 모은것이 자그마치 다섯부대.
어른들의 몰지각을 작은 실천, 조그마한 행동으로 일깨워주는 손군은 건강한 우리사회의 거울이 되기를 자청하고 나섰다.
손군은 일요일인 지난25일에도 부전동 월세계예식장 앞에서 그동안 수거해온 껌 다섯부대를 쌓아놓고 어른들을 향해 고독한(?) 캠페인을 벌였다.
매주 일요일이면 「껌을 아무 곳에나 버리는 형님·누나·동생들에게 부끄럽지 않습니까」라고 쓰인 이색경고판을 들고 학교와 집주변을 쏘다니며 길바닥등에 더덕더덕 붙은 껌을 제거해온 손군의 별명은 「거리의 파수꾼」.
손군은 지난해6월 노태우대통령 앞으로 「껌을 아무곳에나 버리는 형님·누나들을 혼내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 범정부차원(?)의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지난해 6월 어느날 하교길에 낯선 누나가 씹던 껌을 길바닥에 뱉는것을 보고 『어린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껌을 함부로 버려도 되느냐』고 항의했더니 누나가 『나이도 어린 것이 까분다』며 오히려 호통치길래 약이 올라 노대통령에게 지원을 요청했던 손군.
손군이 껌버리지않기운동을 시작한 것은 85년이후 부산시내 길거리에 버러진 껌을 수거해 화제가 됐던 이덕순씨(56)를 만난 지난해 1월부터다.
유난히 날씨가 추웠던 1월말 어느날, 집앞 길거리에 쭈그리고 앉아 껌을떼는 이씨로부터 「거리를 깨끗이 하기위해 껌을 뗀다」는 설명을 듣고 이씨를 돕기로 결심, 거리로 나섰다.

<부산=강진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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