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6억소득 의사 소득 '0원'으로 신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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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득 전문직종의 국세 탈루 실태는 상상을 초월했다. 국회 보건복지위 전재희(한나라당.경기 광명을)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부터 제출받은 '2005년 고소득 전문직종 특별지도 점검결과'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문화일보가 16일 보도했다. 전문직종의 소득축소실태가 이처럼 자세히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소득축소신고.세금탈루실태 = I 정신과 의사인 윤모씨가 2005년 건보공단과 국세청에 자진신고한 2004년 소득은 모두 '0'원이다. 그러나 2005년 6월 건보공단의 특별점검결과 월 1153만원(연간 1억3836만원)의 소득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윤씨는 공단으로부터 40만원을 추징받았지만, 2005년 9월13일까지도 국세청신고소득은 '0'원으로 기록돼 있다. 이는 윤씨가 2004년에만1억3836만원 전 소득에 대해 국세를 탈루했을 것이란 의미다.

공단과 국세청 신고액이 다른 경우도 많았다. 두 기관간에 긴밀한 자료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악용한 결과이다. H정형외과 한모씨는 공단실사결과 연 3억2028만원의 소득을올렸지만 국세청에는 연 4149만으로 신고해 2억7879만원의 탈루혐의를 받고 있다. E병원장 권모씨는 2005년 공단에 월 5072만원(연 6억864만원)으로 신고하면서도 국세청에는 '0'원으로 신고했다. 이렇게 2004년 한해 소득탈루 의심자가 2311명이나 되지만건보가 국세청에 혐의자로 통보한 건수는 고작 3건에 불과했다.

◇엉터리 세무행정이 화 키웠다 = 고소득 전문가들의 탈세.탈루혐의자를 양산하고 탈세 규모를 키운 데는 건보공단과 세무당국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다. 전 의원은 "축소신고자를 선정해국세청에 송부해야할 건보공단이 조사대상을 축소하고 국세청은조사를 기피하는 등 임무를 태만히 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월소득 100만원이하 신고자'로 제한한 건보공단의 조사대상 선정기준이 매우 비현실적이란 지적이다. 직종별 평균 월소득에도 현저히 미달하는 수치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월소득 101만원이라고신고할 경우 실 소득은 1000만원을 넘더라도 조사대상에서는 피해갈 수 있어 악용 소지가 크다. K학원운영자인 장모씨는 공단에월평균 591만원을 신고, 조사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실사결과 월5649만원으로 밝혀져 월평균 5058만원을 축소신고한 것으로 밝혀졌다. 전 의원측은 "그물이 형편없으니 걸려들 혐의자도 극소수에 불과한 건 당연하다"고 평했다. 국세청 역시 조사를 되도록기피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전 의원이 공개한 '2005년도 제1회 소득축소탈루심사위 회의록'(2005년11월2일)이 증거다. 회의록 내용에는 건보공단 A차장이 "공단 신고액과 국세청 신고가다르면 성실성을 의심해볼 수 있다"며 세무조사필요성을 제기하자 국세청 소속 B위원은 "공단이 3%만 통보해도 300건 아닌가.부담되서 못한다"고 말하는 대목도 나온다.

◇소잃고 외양간 고친다 = 건보공단은 지난 5월 6개 지역본부에'소득탈루조사전담팀'을 설치, 고소득 전문직과 자영업자의 소득축소.탈루조사에 들어갔다고 14일 밝혔다. 공단은 올해 상반기 고소득전문직 종사자에 대한 보험료 환수인원과 금액은 각각1만3269명, 총 44억9800만원이라고 밝혔다. 의사에 대한 환수금액이 27억4100만원으로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학원 3억900만원, 약사 3억500만원, 변호사 2억9900만원, 법무사 2억3700만원 등의 순이었다.

<디지털뉴스digit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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