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금주·금연운동 정부가 직접 나섰다|93년부터 광고 일체금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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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음주와 흡연, 죽기 전에 예방하십시오.』
28일자 프랑스의 각 일간지에는 대문짝 만한 제목과 함께 술과 담배의 위험을 경고하는 전면광고가 일제히 실려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프랑스 보사부와 국민건강교육위원회가 공동으로 게재한 이 광고는 「하루 3백 명의 프랑 스인이 음주와 흡연에서 비롯된 각종 질병으로 조기 사망하고 있다」 는 섬뜩한 통계자료를 제시하며 알콜과 니코틴에 찌든 프랑스 호주가와 애연가들을 잠시나마 불안에 떨게 했다.
같은 날 미테랑 대통령 주재 하에 열린 프랑스 각의는 클로드 에벵 보사부장관이 내놓은 「음주·흡연 규제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 술과 담배 소비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다짐하고 나섰다. 이날 각의에서 미테랑 대통령은 『우리국민의 자기파멸을 막기 위한 조치라면 아무리 엄격하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강조, 음주와 흡연규제조치를 정당화했다.
이날 통과된 「음주·흡연 규제법안」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우선 담배소비 증가를 막기 위해 내년1월1일부터 모든 종류의 담배 가격을 일제히 15% 인상하고 담배광고를 점진적으로 규제, 오는 93년부터는 일체의 직·간접적 담배광고를 금지하며 알콜함량 1%이상인 음료에 대해서도 오는 93년부터 일체의 광고를 금지토록 했다.
이밖에 시중에 일반화돼 있는 자동판매기에서 맥주 등 알콜음료를 제외하고 16세 이하의 청소년에 대한 알콜 판매금지를 법제화하며 여객기·열차 등 대중교통수단이나 공공장소에서의 금연석 및 금연구역 설치를 대폭 확대했다.
프랑스의 경우 현재도 TV와 청소년용 잡지 등 에 한해서는 술이나 담배광고를 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지만 오는 93년부터는 일체의 광고가 금지돼 광고업자 및 일부 매체들에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프랑스 광고업계는 술·담배 광고금지로 연간 「17억프랑 (약2천억원) 의 광고시장을 잃게 됐다며 벌써부터 울상 짓고 있고 물가당국은 담배 값 인상으로 내년 중 소비자물가에 0·3%의 주름이 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번 조치로 직접적 피해가 예상되는 연초생산업자나 주류업자들은 『광고와 소비증가 사이에 뚜렷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증거가 없다』면서 『이런 식으로 마구잡이 식 규제를 한다면 다음 번엔 사고 많다고 자동차를, 그 다음엔 콜레스테롤을 이유로 버터판매를 규제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프랑스 보건당국은 연평균 조기사망자 (평균수명 이하로 사망하는 사람) 가운데 10만 명의 직접적 사인이 술이나 담배로 나타나고 있고 특히 흡연으로 인한 폐암 사망자수가 연간 2만 명에 달한다고 보고 있다.
식사에 포도주를 거르는 법이 없는 프랑스사람들은 당연히 알콜 소비량도 세계 최고수준이다. 1인당 연평균 순알콜 소비량으로 따져 프랑스는 13ℓ로 서독(10·6ℓ)이나 미국(7·6ℓ) 일본(6·3ℓ)등 그 어느 나라보다 많다.
담배 또한 마찬가지. 매년 4백20억프랑 (약5조원)이 담배연기로 날아가고 있다.
특히 청소년의 흡연비율이 높아 18세 이하 청소년의 70%가 상습적으로 담배를 피우고 있다. 「제발 교실에서는 담배를 삼갑시다. 여러분이 피운 담배연기 때문에 기관지염에 걸려 학교를 그만둔 여러분의 급우가 있다는 걸 상기합시다] 는 대자보가 학교에 붙을 정도다.
프랑스는 담배와 술에 관한 한 비교적 관대한 나라로 알려져 왔다.
몽파르나스의 노천카페에 앉아 포도주향기와 담배연기를 번갈아 뿜어대며 『프랑스는「보졸레 (포도주의 일종)와 「골롸즈」(프랑스담배의 일종)가 있어 더욱 프랑스답다』고 읊조리는 것이 프랑스의 멋이고 맛인 것처럼 알려져 왔다.
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어떻게 하면 보졸레와 골롸즈 소비를 줄이느냐가 프랑스정부의 당면 과제가 된 것이다.
이로 인해 타격을 입게될 프랑스 포도주 업자들은 당연히 수출에 눈독을 들이게 될 것이다. 그 바람에 애꿎은 우리 나라의 프랑스포도주 수입만 자꾸 늘어나게 될지도 모른다.
【파리=배명복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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